‘정말 아시안게임맞나? 아니면 한국판 전국 운동회인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의 한 언론이 쏟아낸 날 선 비판이다. 아시아 지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 게임이 중국 언론의 눈에는 운동회 수준으로 비춰졌다는 얘기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중국 언론만의 비판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국내 전문가들도 개막식을 “관광자원화를 위한 한류 잔치 같았다”고 꼬집었다. 개막식은 인천의 역사적 소재를 어수선하게 나열만하고 읍내 노래자랑처럼 한류 스타들을 연거푸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정윤수 문화 평론가는 “인천 아시안게임은 철학 부재가 낳은 조잡한 ‘한류 장터’였다”며 “도시를 어떻게 보는가, 21세기 도시는 어떻게 재생되어야 하는가 등 도시에 대한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에는 어떤 철학을 입히고 있을까? 조직위는 경제ㆍ평화ㆍ문화ㆍ환경 올림픽을 4대 목표로 내걸었다. 조직위는 4대 목표를 바탕으로 평창만의 철학을 입힐 계획이다. 특히 조직위는 강원도라는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환경과 평화 올림픽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친환경 올림픽의 경우 “조직위가 친환경으로 보이도록 녹색 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중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 159만톤의 온실가스를 상쇄해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림픽 참가자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을 나무 심기나 탄소배출권 구매 등의 방법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선수촌내에 탄소상쇄기금 접수처를 운영하고 친환경 차량 지원 등이 계획의 가장 큰 프로그램이다.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평화 올림픽 역시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화 올림픽은 2010년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 중심의제였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내에서도 유일한 분단도(道)인 강원도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이끌어낸다면 올림픽 정신인 인류평화와 화합 목표에 가장 부합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한때 평창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론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재 남북한의 경색 국면 등을 고려하면 평창에서 ‘평화’는 지워졌다. 이 때문에 개최시기가 다가올수록 어떤 방식이든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남북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한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될 수 있는 평창올림픽을 단순한 국제스포츠 행사로 축소시켜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이 어떻게든 동참하는 것이 평화로운 올림픽을 위해 중요하다. 공동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일 팀을 만들어 훈련을 하고 메달을 따려면 올해 내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 당국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까지 60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평창만의 철학이 담겨야 할 핵심 목표가 퇴색되고 경제적 성과만 부각되고 있는 것에 전문가들은 인천 아시안게임의 또 다른 버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당초 약속대로 경제ㆍ평화ㆍ문화ㆍ환경 올림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지금까지 해오던 과제 외에도 더 많은 과제를 발굴하고 모든 분야에서 평화와 환경 등이 접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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