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주식회사(이하 라인)가 탄생 5년 만에 일본과 미국에서 상장된다. 카카오톡과 국내에서 정면 대결하지 않고 일본에 진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것이 효과를 보면서 소위 ‘대박’을 쳤다. 일본 상장 시 시가총액은 6,000억엔(약 6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라인을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하기로 했다. 이날 결정은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의 라인 본사가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을 네이버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라인은 일본 증시에 1,300만주, 미국 증시에 2,200만주 등 총 3,5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공모주 청약(다음달 12~13일)을 거쳐 미국에선 다음달 14일, 일본에선 다음달 15일 각각 상장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자회사가 해외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로 성장,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되는 첫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라인은 현재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억1,840만명(3월 기준)에 달해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등에 이어 메신저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 가입자 수는 출시 1년1개월만인 2012년 7월 5,000만명, 6개월 뒤인 2013년 1월 1억명을 돌파했다. 이후에는 4~6개월마다 1억명씩 가입자 수를 키웠다.
라인(옛 HNH재팬) 개발자들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음성전화가 불통이 된 상황에서 휴대폰 메신저가 유일하게 생사를 확인하는 수단이 된 점에 주목했다.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등 개발진은 3개월 만에 일본을 겨냥한 메신저를 내놨다.
라인은 사실 네이버가 일본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뒤 얻은 성과였다. 네이버는 네이버재팬을 설립하고 2001년 4월 검색 사이트를 열었지만 야후재팬과 구글 등에 밀려 4년여만에 사이트를 닫는 굴욕을 당했다. 200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재팬 시험판을 공개하며 시작한 두 번째 도전도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라인의 성공으로 NHN재팬은 2013년 4월 이름을 ‘라인주식회사’로 바꿀 수 있었다. 라인의 급성장에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3조2,512억원)이 전년 대비 17.9% 증가했다. 이 중 라인 매출이 1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일본을 직접 공략해 성공했다면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층이 라인의 영어 서비스를 사용한 뒤 편하고 아기자기하다는 등 좋은 평가를 내리면 곧바로 해당 국가의 언어로 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뿐 아니라 태국(가입자 3,300만명) 인도네시아(3,000만명) 대만(1,700만명)에서 라인은 각각 1위 메신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라인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라인 대화에서 사용하는 곰, 토끼 등 캐릭터도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만들었다. 현지화를 위해 나라마다 캐릭터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는 태국에선 ‘라인 택시’ 서비스 대신 현지인들이 즐겨 부르는 오토바이 심부름 서비스 ‘라인맨’을 내 놨다. 태국법인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보인 라인 게임 ‘쿠키런’과 ‘모두의 마블’도 현지 모바일 게임의 대명사가 됐다.
라인은 각종 모바일 서비스 연결고리 역할까지 하며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신중호 CGO는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라인을 전세계인들의 편리함을 더하는 스마트 포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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