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밥 심’은 제주 선수들을 펄펄 날게 만든다. 긴 말도 필요 없다. 마산 출신인 조성환(46)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의 굵고 짧은 한 마디면 된다.
“너 나랑 밥 묵자.”
제주는 지난 6일 FC서울 원정에서 1-0으로 앞서다가 1-3으로 뒤집혔다. 하지만 후반 22분 이후 12분 만에 3골을 몰아넣어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클래식 최고 명승부였다. 2008년 5월 이후 8년째 이어오던 지긋지긋한 서울 원정 무승(2무9패)을 털어낸 쾌거였다.
제주는 12경기를 치른 현재 26골로 팀 득점 1위다.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버틴 서울(25골), 클래식 3연패를 노리는 전북 현대(22골)보다 높다.
제주 상승세의 비결 중 하나는 조 감독의 ‘밥 번개’다. 훈련이 끝난 뒤 종종 특정 선수나 그룹을 콕 지목해 식사를 제안한다. 처음엔 서먹해하던 선수들도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열었다. 말하기 힘든 속내도 털어놓게 됐다. 조 감독은 “선수들을 잘 살피며 식사할 적재적소의 타이밍을 찾는다”며 “하지만 밥상에 앉으면 선수들이 면담이 아니라 수다라고 느끼게끔 편하게 대해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호남(28)이 효과를 봤다.
올 시즌 앞두고 광주FC에서 제주로 옮겨온 그는 함께 이적한 선수들이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을 보며 초조해했다. 조 감독은 “(김)호남이에게 시간을 충분히 줄 생각이었는데 본인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숨기고 있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한 마디 해줬다”고 말했다.
김호남은 직후 열린 서울 원정에서 동점골 포함 1골2도움으로 맹활약하며 4-3 승리를 이끌었다.
팀 득점 분포가 고르다는 것도 제주의 장점이다.
작년에는 팀 득점 55골 중 로페즈(26ㆍ전북ㆍ11골)와 윤빛가람(26ㆍ옌볜FC),송진형(29ㆍ이상 6골)이 절반에 가까운 23골을 넣었다. 로페즈가 잘 하면 경기가 잘 풀렸고 상대 수비에 묶이면 고전했다. 올 시즌 로페즈와 윤빛가람을 떠나 보낸 조 감독은 특정 선수 의존도를 줄이는데 중점을 줬다. 빠르고 패스 좋은 이근호(31)와 김호남ㆍ마르셀로(31) 등이 합류하면서 조성환표 축구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올 시즌 제주가 넣은 26골은 마르셀로(5골)와 송진형(4골), 이광선(28)ㆍ김호남(이상 3골), 권순형(30)ㆍ이근호ㆍ안현범(22ㆍ이상 2골), 권한진(28)ㆍ문상윤(25)ㆍ정영총(24)ㆍ정운(28ㆍ이상 1골) 11명이 합작했다. 제주는 11일 광주와 홈경기를 치른다. 지난 3월 정규리그(0-1 패), 지난 달 FA컵 32강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제주에 패배를 안긴 팀이다. 조 감독과 선수들은 최근 상승세를 발판 삼아 안방에서 설욕을 꿈꾼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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