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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 해야죠”

입력
2016.06.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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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동아서점의 김영건 팀장은 속초 지역 문인 박성진씨의 시집 '숨'을 소개하며 "지역의 뛰어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속초 동아서점의 김영건 팀장은 속초 지역 문인 박성진씨의 시집 '숨'을 소개하며 "지역의 뛰어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강원 속초시에 가면 60년이 된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속초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동아서점.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에서도 문 닫는 서점이 속출하는데 8만명이 사는 바닷가 도시의 이 서점은 여전히 건재할 뿐 아니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동아서점을 3대째 이어 가고 있는 김영건(29) 팀장을 4일 만나 비결을 묻자 “이제 겨우 서점 운영 경력 2년 차”라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투박한 형광등과 오래된 종이 냄새, 어딘가 꽂혀 있을 색 바랜 희귀도서를 상상하고 찾은 동아서점은 뜻밖에도 북카페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곳이었다. 학교 앞이지만 참고서나 학습서, 잡지 대신 문학 서적과 독립 출판물을 중심에 배치한 대담함이 눈에 띄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은 비주류 서적이라도 제가 애정을 갖고 있거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독자들이 잘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제 바람과 독자의 관심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보람을 느끼죠. 번역자가 책과 외국 독자를 연결해주듯 저도 책과 독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씨가 운영을 맡아 서점을 환골탈태시키기 전까지 동아서점은 참고서 위주의 평범한 책방이었다고 한다. 서점을 40년 가까이 지켜온 김일수 대표는 점점 나빠지는 경영 상황에 문을 닫을까 고민하다 막내아들 영건씨에게 공동 운영을 제안했다. “이제 서점 운영은 그만두시라”고 종종 말하긴 했지만 삼형제 중 유독 책을 좋아하는 아들이었다. 고교 졸업 후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영건씨는 “막막한 서울 생활에 지쳐 있기도 했고 책에 둘러싸여 사는 환경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짐을 싸 들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서점 운영과 참고서 관리는 아버지가, 매장과 단행본 관리는 아들이 맡기로 했다.

속초시청 인근에 있던 서점이 지난해 초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기면서 대대적인 개조가 시작됐다. 목표는 “들어 오고 싶은 서점, 편안한 서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원래 있던 책 중 90% 정도를 반품하고 새로 채웠습니다. 일부분은 도매상에게 일괄적으로 받고, 나머지는 분야별로 일일이 골라서 채워 넣었죠. 하루에 한 분야씩 했는데 책의 순환 주기가 너무 빨라서 적응이 힘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서가를 다니며 불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공간의 여유를 줬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김씨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알게 된 건축 전공 한국인 유학생이 직접 속초까지 건너와 인테리어 작업을 도왔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 널찍한 공간에 주인장의 취향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어 이 책 저 책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쉬는 날도 없이 주 7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결과 동아서점은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중이다. 김씨는 “한때 서점 수입으론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갔지만 이제 희망을 걸어볼 수준은 된다”고 말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서점 관계자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동아서점은 서서히 속초 독서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속초에서 교사로 일하는 시인 박성진씨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이 결성돼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모임을 한다. 김씨는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서점을 운영하느라 여력이 없지만 독립출판과 관련된 일도 해보고 싶어요. 박성진 시인의 시집 ‘숨’이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인데 우리 서점 베스트셀러 5위 안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거든요. 지역 서점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인 출판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만큼 수익을 내는 게 우선이지만요.”(웃음)

속초=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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