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배달원이 자신이 일하는 가게 사장을 도박판에 끌어들여 전 재산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사기도박단을 꾸려 포커 게임을 통해 3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A(4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B(31)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던 A씨는 평소 유순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 성격의 사장 C(44)씨를 노렸다. 재미로 포커를 치며 A씨가 흥미를 갖게 한 뒤 “도박을 못하는 사람들과 게임을 해 돈을 많이 따주겠다”고 속여 미리 짜둔 도박판으로 꾀었다.
A씨는 이미 사기도박으로 1억7,000만원을 잃은 피해자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오히려 ‘사기를 치자’고 제안해 다시 도박판으로 끌어 들였다. 그는 50만원짜리 특수렌즈를 끼고 카드에 작은 표시를 해두는 방식으로 돈을 따자고 유인했고, C씨가 조금씩 이기게 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공범의 현란한 도박기술로 돈을 모두 잃게 했다. A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1억7,000여만원을 추가로 가로챘다.
조사 결과 사기도박단은 상대방 몰래 바닥에 있는 카드와 손에 든 카드를 바꿔치기 하거나 정해진 순서대로 패가 돌아가도록 카드패를 맞춰놓는 등 온갖 ‘타짜’ 기술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C씨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함께 돈을 잃는 등 치밀하게 각본을 짜 전 재산을 가로챘다. C씨는 결국 거주하던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고 중국집마저 폐업해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미 수준을 넘어 도박이 되면 가정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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