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감원장, 지난달 보험사 CEO들에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 철저 대비”


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을 보험사들에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속도조절을 주문하면서 금융당국 간 미묘한 긴장감이 일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들에 IFRS4 도입을 미리 대비하라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9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지난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금감원의 보험사 압박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금감원 압박으로)보험사들이 당장 망할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보험사들이 도입 준비는 잘 해야 하지만 IFRS4 도입 시점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IFRS4 2단계의 핵심은 부채 규모 평가에 있어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부채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고 보험사들은 이에 대비해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2020년에 도입될 경우 50조원 안팎에 달하는 충당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웅섭 원장은 지난달 10일과 17일 각각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IFRS4 도입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또 이달 2일 보험사 리스크 및 계리 담당 임직원을 소집,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보험사들로서는 이 주문대로라면 올해 16조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35조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무리한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보험사들과 갈등 관계가 된 금감원이 IFRS4 도입 카드로 보험사를 길들이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융위가 우려하는 것도 이런 금감원의 압박이 보험업계 전반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점이다. IFRS4의 도입 시기도 1, 2년 정도 미룰 수 있는 등 서두를 일이 아닌데도 금감원이 밀어붙이는 것이 되레 보험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20 정도를 요구해야 1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게 추진하는 금감원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IFRS4 도입과 관련한 의견 조율을 마쳤고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금감원 실무진 쪽에서 너무 과도하게 압박한 감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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