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보다 야권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두 배 높다는 한국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 결과(9일자 1ㆍ2ㆍ3면)에 여권은 크게 술렁였다. 총선 참패로 드러난 민심 이반이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은 57.8%로, ‘새누리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응답(28.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일 본보 여론조사와 관련해 “4ㆍ13 총선에서 심판을 받았는데 아직까지도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외에 방법이 있겠느냐”며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여권 저변의 충격파는 더 컸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야당의 집권을 바라는 여론이 60%에 육박했다고 하니 생각보다 높은 격차에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차기 대선이 아직 1년 6개월 남았다는 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며 “이런 처참한 여론조사 결과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심리가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중도통합세력 새 판 짜기에 나선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현 여권에 대한 반감과 함께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도 숨어있다고 본다”며 “그 대안으로 중도통합세력이 만들어진다면 여론의 지지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정권 10년 간 쌓인 피로감과 성과 없는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반감, 거기에다 새누리당의 무기력이 보태진 결과”라며 “20대 총선에서 사실상 민심에 의해 심리적 탄핵을 당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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