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국제적 기준 따르면
부산 시민의 바람과 같을 것”
신공항 용역발표 보름 앞두고
민감한 발언에 적절성 논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최근 정치권과 영남 지역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 사실상 부산 가덕도를 지지했다. 내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문 전 대표가 특정 지역을 찾아 정치ㆍ사회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대항동의 신공항 가덕 후보지를 찾아 “객관적, 국제적 기준을 따르면 (신공항 입지는) 부산 시민의 바람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적 입지로 가덕도냐 경남 밀양이냐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중요한 것은 입지 선정의 객관성, 공정성, 투명성이고 부산 시민은 여기에 의문을 품고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서병수 부산시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친박 중의 친박인 서병수 부산시장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며 “정부는 이 같은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평가기준과 가중치를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공항은)안전성, 소음 걱정 없이 24시간 운영되고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 가덕도가 경쟁지 밀양에 비해 강점으로 내세우는 점들을 강조한 것이다.
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문 전 대표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했지만 신항만과의 연계성을 언급해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4ㆍ13총선 전에는 “부산에서 더민주에 5석만 주면 이번 정부 내 동남권 신공항을 착공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더민주 후보 5명이 새누리당의 텃밭이던 부산에서 당선됐다.
문 전 대표 측은 부산시당의 거듭되는 방문 요청에 고민하다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신공항 용역발표 예정일을 보름 가량 앞둔 시점이라 정치권의 해석은 분분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부산 지역 민심을 확실히 붙잡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어느 한 곳을 지지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밀양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nkookilbo.com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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