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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주 산업구조는 유연성 떨어지죠”

입력
2016.06.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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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네 페라요키 스타트업 지원 담당 국장 인터뷰

지난달 27일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기술혁신청(TEKES·테케스) 청사에서 만난 얀네 페라요키 스타트업 지원 담당 국장은 핀란드 내 스타트업 육성의 의미를 일자리 창출과 핀란드 경제구조의 변화에서의 선도적인 역할, 두 가지로 표현했다. 그는 “과거부터 강세를 보였던 제지산업과 국가를 대표하던 대기업 노키아라는 핀란드를 지탱하는 두 축이 침체되면서, 이제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케스는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신생 스타트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경제고용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페라요키 국장은 이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별하고 이 곳에 적절한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이끌어 내는 게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지금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한 때 핀란드 경제를 견인해왔던 노키아도 이 같은 정부의 집중 투자의 혜택을 누린 기업 중 하나였다. 노키아는 1970년대 핀란드 국영연구소가 개발한 유럽식 디지털이동통신(GSM) 소프트웨어를 10만유로(약 1억원)에 사들인 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는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정부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산업 혹은 기업을 육성해나갈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경제의 미래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노키아 몰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발판이 서서히 마련돼 가고 있다는 요지였다. 페라요키 국장은 특히 “나라 전체의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치보다는 성장의 발판이 되는 산업 생태계의 토양이 다져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침체된 경제성장, 10%대를 육박하는 실업률 등 초라한 핀란드의 각종 경제 수치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 변화하는 핀란드 내 산업구조를 살펴봐달라는 주문이었다. “수 많은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면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고, 스타트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핀란드의 산업 생태계가 (노키아 같은 거대기업에 의존했던) 과거보다 한층 튼튼해지고 있는 겁니다.”

페라요키 국장은 한국에 대한 조언도 했다. 그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는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는 유연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좀 더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한 R&D에 대한 투자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헬싱키=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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