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가스제어 덮개 판 제거 중 노출
유가족, “응급조치 없어 치료 놓쳤다”
업체 홈페이지에 재발방지·사과문 게재
전남 여수국가산단의 한 공장에서 보수작업 도중 새어 나온 맹독가스 ‘포스겐’에 노출돼 치료를 받던 30대 근로자가 사고 발생 14일 만인 9일 숨졌다. 여수산단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크고 작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A사 여수공장 협력업체 직원 황모(39)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 40분쯤 공장 내 챔버(Chamber:플랜트 보호 건물)에서 동료 직원 4명과 함께 기계장치 덮개인 맹판 제거작업 중 새 나온 포스겐 가스에 노출됐다.
황씨는 사고 후 인근 병원을 거쳐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황씨와 함께 작업했던 강모(51)씨 등 3명은 검사 결과 이상 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는 가전제품 등의 보온재 원료로 쓰이는 MDI챔버 공정에서 연차보수(셧다운) 작업 중이던 황씨 등 4명이 배관에 부착된 가스를 제어하는 덮개 판을 제거하는 작업과정에서 발생했다.
유독물질 포스겐은 노출초기에는 자극이 크지 않지만 일정 시간 후에 폐포를 손상시켜 폐수종이나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황씨도 사고 이후 집으로 퇴근했다가 몸에 이상 징후를 보여 오후 11시 50분쯤 뒤늦게 입원했다.
황씨 가족은 “화학공장이 밀집된 지역에 가스를 빼주는 교환 기계가 없었다”며 “여수에서 광주의 병원까지 거리도 멀어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날 오전 자사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담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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