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나가노가 될까, 솔트레이크가 될까.”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한 체육계 인사가 던진 말이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경기장이 국가적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일본의 나가노는 역대 최고의 ‘적자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경기장 건설 등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지만 올림픽 이후 경기 시설이 큰 부담이 돼 현재까지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 나가노는 올림픽 후 19년이 지나는 내년에야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
반면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는 올림픽 사후 경기장 활용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유타 올림픽 유산 재단’을 설립해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 실천해 나갔다. 경기장을 여름에도 일반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레저 체험시설로 변모시켰다. 스키점프 경기장은 점프대 밑에 대형 풀장을 설치해 워터 슬라이드 타듯 내려와 풀장에 빠질 수 있고 대형 튜브를 타고 잔디 슬로프를 내려오며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도 있다. 또 75달러만 내면 누구나 바퀴 달린 봅슬레이 차량을 이용해 올림픽 썰매 코스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구 19만여명인 솔트레이크시티는 스포츠레저 관광 도시로 재탄생했다.
평창 올림픽이 나가노와 같은 적자 올림픽이 될지, 아니면 솔트레이크시티와 같이 스포츠레저 관광 도시로 부상할지는 결국 사후 경기장의 활용에 달려있다.
평창 올림픽 시설은 경기장 12개(신설 6개ㆍ보완 2개ㆍ기존 4개)와 개ㆍ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스타디움(신설)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신설 경기장 6곳과 올림픽 스타디움의 활용 방안을 놓고 평창올림픽 조직위와 강원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6곳의 경기장 가운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와 강릉 아이스 아레나 등 4곳은 선수 육성과 시민체육활동 장소 등으로 쓰인다. 당초 철거할 예정이었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은 국가대표 선수 훈련시설 등으로 활용 방안 가닥은 잡았지만 관리 주체를 정하지 못했다. 가리왕산에 건설하는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은 유일하게 처리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존치할 것이냐, 원상복구 할 것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회 후 슬로프 중반부 이상 55%가량을 복원하고, 나머지 지역은 특구사업과 연계해 복합 레저ㆍ관광시설로 활용한다는 밑그림만 나온 상태다. 하지만 건설 비용만 1,700억 원 이상 투입했는데 복원을 위해 또 다시 수백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면 유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북아 알파인스키 메카로 자리 매김 하는 편이 더 낫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스키연맹 측에서도 최고 33도, 평균 16도의 경사각을 유지하고 최상의 설질을 보유한 정선알파인 코스의 유지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
개ㆍ폐회식장인 스타디움은 규모를 수용 인원을 1만5,000명으로 축소해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대부분 시설의 사후활용 방안은 마련했지만, 적지 않은 유지ㆍ운영비를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민간에서 사후활용에 나서는 경기장은 운영비 부담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반인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을 위한 전용훈련시설로 활용이 불가피한 시설은 운영비 부담문제가 남아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새로 짓는 6개 경기장과 개ㆍ폐회식장 등 총 7개 시설의 연간 운영비가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간 수익은 100억원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8,000억원이 넘는 시설물 건설비 회수는커녕 매년 100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평창조직위는 경기장 등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의 시차 적응 훈련지로 활용을 계획 중이다. 외국 선수들이 몰리면 평창은 자연스레 국제 관광지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이 조직위의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냉정한 현실 인식 아래 수익성 등을 고려한 가장 좋은 사후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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