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3년 반 동안 3조 감액”
거액 부과 후 평균 56% 줄여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을 자의적으로 운용, 지난 3년 반 동안 약 3조원의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2년 1월부터 2015년7월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은 147개 사건(695개 사업자)을 조사한 결과, 공정위가 처음에는 5조2,417억원의 기본과징금을 산정했지만 1~3차 조정을 거쳐 최종 부과한 과징금은 2조3,222억원에 불과했다고 9일 밝혔다. 기본과징금의 절반 이상(55.7%)을 감경해준 것이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기본과징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대상 695개 사업자 가운데 466개(70%)곳에 대해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과징금은 조정을 거치면서 마지막 단계인 3차 조정에서 감액된 과징금만 1조7,305억원에 달했다. 중대한 위반행위를 했다고 판단해놓고 나중에는 과징금을 대폭 줄여준 것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감액한 사유로 해당 기업의 현실적 부담능력과 시장여건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감사원은 “공정거래법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과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해야 하는데, 법에도 없는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감액이 근거 없이 이뤄지면서 기업마다 감액 사유와 금액이 달랐다.
공정위가 과징금 50억원 이상을 부과한 56개 사건의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은 사실도 나타났다. 또한 조사를 방해한 기업에 대해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7개 조사 방해기업 가운데 고발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감사원은 기업들의 공정위 로비 가능성에 대해 “과징금 부과 절차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져, 로비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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