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한액 ‘출고가 이하’로 변경 검토
단통법 ‘33만원 상한’ 규정 무력화
일각 “경기진작 위한 靑 주문” 해석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시행중인 지원금 상한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의 지원금 상한액 고시를 휴대폰 출고가 이하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현재 출시 15개월 미만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의 상한선(33만원)을 사실상 없애는 것이다. 지원금 상한액 고시는 원래 법 시행 3년 후(2017년 10월) 자동 폐기되는 일몰 조항이나 이를 1년여 앞당기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난 4월에도 단통법 성과를 중간 점검하면서 “상한제 조기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은 바 있다. 갑자기 입장이 바뀐 것을 두고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경기 진작 등을 이유로 상한제 폐지를 주문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율 경쟁에 맡겨야 할 영역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 든다는 비판적 여론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상 지원금이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선 휴대폰 초기 구매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전 혼탁한 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크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이동통신3사가 지원금 살포로 막대한 마케팅비를 지출, 본원적 서비스 경쟁에서 멀어진다고 판단해 지원금 상한을 설정했다. 실제 단통법 시행 후 2015년 이통3사 마케팅비는 약 7조8,600억원으로 2014년(약 8조8,22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지원금 상한 폐지는 또 다시 소모적인 지원금 경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 단통법 취지인 구입 시기별 가격 차와 차별 방지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이 폐지되면 투입 가능한 마케팅비가 한정돼 있어 결국 지원금을 특별한 시기에 집중 투여하는 방식을 취할 텐데 이는 구입 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휴대폰 출고가를 낮추는 데 일조한 건 사실”이라며 “상한이 없어지면 가격 인하 유인도 감소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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