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윤창중의 사필귀정

입력
2016.06.09 20:00
0 0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사라진 청와대 대변인으로는 윤창중이 단연 돋보인다. 그는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다가 20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경질된 뒤 칩거해왔다. 그런 그가 미국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가 지나자 무죄가 입증됐다며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실세계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자전거를 끌고 들판을 걷는 남자의 뒷모습을 화면에 올렸다. 블로그 첫 글에서 그는 왜곡보도 때문에 만신창이가 됐다며 언론을 원망했다.

▦ 블로그 두 번째 글에서는 뜻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했다. 암담한 시간을 보내면서 노무현을 ‘동지’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신문사 재직 시절 밥 먹듯이 노무현을 저주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위선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 퇴임 후 윤창중은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인생의 종착역’으로 보내지 못하면 엄청난 권위 실추에 빠질 것”이라는 극언을 했다. 노 대통령 추모객들이 노란 풍선, 노란 손수건을 사용하자 ‘저 벌떼 같은 황위병들’ ‘황위병이 벌인 거리의 환각 파티’라고 했다.

▦ 그는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 불렀고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종북 세력이 점령군 완장을 차고 몰려들 것”이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를 ‘지성의 탈을 쓴 더러운 강아지’라고 비웃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더러운 안철수!’라고 야유했다. 저주와 조롱, 억지가 가득한 그의 글은 두 번 다시 아니 단 한번도 읽을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윤봉길 의사를 문중 할아버지라고 했다가 기념사업회로부터 “윤 의사의 8촌 이내 친족이 아니다”는 소리도 들었다.

▦ 윤창중은 블로그 연재를 재개하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로 돌아간다는 뜻의 한자성어를 끌어와 자신은 죄가 없다고 말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그러나 역사학자 전우용은 “사필귀정이 후안무치와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적반하장과 같은 뜻이 된다”고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윤창중, 과연 박근혜가 고른 남자답다”며 당시 여당조차 절레절레했던 윤창중을 박 대통령이 대변인으로 고른 것을 다시 거론했다. 윤창중 때문에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