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이 나포작전 편 연평도 성도경 어민회장
“꽃게 어획량 작년 30%, 가을 조업 채비 불가능
불법 조업 피해 정부 차원 대책 마련 필요”
“정부는 피해가 증명되면 보상한다고 하는데, 중국 쌍끌이 어선이 밤에 몰래 들어와 어구를 쓸어가는 것을 어민들이 어찌 입증합니까?”
성도경(49) 인천 연평도 어민회장(선주협회장)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입은 우리 어민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할 수 있도록 개정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조항이 있으나 마나 하다고 지적했다.
성 어민회장은 9일 “연평도에서 피해를 보상 받은 어민은 단 한 분도 없다”며 “중국 쌍끌이 어선 때문에 바다에 미리 쳐놓은 어망이 뭉치고 끊어지고 어구가 떠내려가도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연평도 어촌계에 따르면 중국 어선이 우리 어민들의 어망과 어구가 설치된 바다 위를 지나면서 조업했다는 경로 자료를 해군에서 관리해주지 않는 이상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해군은 레이더 등 관련 장비를 보유했으나 연평도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 대부분은 자국 정부에도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어선이라 하나하나 항로를 파악하고 경로 자료를 축적하는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구가 우리 어민이 조업이 가능한 해역을 벗어났을 때는 보상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도 발목을 잡고 있다.
5일 연평도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을 우리 어민들이 나포한 데 대해 성 어민회장은 “분통이 터져서 그런 것”이라고 한마디 했다.
그는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수는 안 줄고 꽃게는 안 잡히는데 정부가 안 나서니 어민들이 도저히 못 참고 ‘우리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돌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어민회장은 당시 현장에는 없었다.
그는 “꽃게 어획량이 작년의 30% 밖에 안 된다”며 “가을 꽃게 조업 채비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의 경우 출퇴근이 가능한 인천이나 어획량이 뒤따라주는 충남 등에 비해 선원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선원에게 500만~1,000만원 정도의 몇 달 치 월급을 미리 줘야 하고 섬에서 지내는 동안 생활비도 내줘야 한다. 어구 정비, 선박 수리, 어망 구입 등에 들어가는 돈까지 더하면 10톤급 어선의 경우 가을 조업 준비에만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고 성 어민회장은 전했다. 기름값도 못 버는 봄어기 동안 가을 조업 채비를 갖추는 게 불가능한 현실이다.
성 어민회장은 “중국 쌍끌이 어선을 막기 위한 인공 어초를 설치하든, 중국 어선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 방안을 마련하든, 어민들이 조업할 수 있는 어장을 넓혀주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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