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조건부 자율협약) 중인 현대상선이 외국 선주들과의 선박 임차료(용선료) 재조정 협상을 매듭지었다. 출자전환 및 상환을 연기한 금액은 전체 용선료의 약 21% 수준이다.
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약 4개월간 외국선주 22곳과 진행한 용선료 재조정 협상을 끝내고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종 계약은 이달 말쯤 맺는다.
재조정한 용선료는 앞으로 3년 6개월간 지급해야 할 2조5,300억원 중 5,300억원(21%) 정도다. 현대상선은 이중 절반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22년부터 5년간 나눠서 내기로 합의했다.
용선료 자체를 깎은 것은 아니지만 경영난에 처한 현대상선으로서는 연간 약 1,500억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현대상선은 2010년대 초반 외국 선주들과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했지만 해운업 불황으로 용선료가 하락해 결과적으로 시세보다 60% 정도 비싸게 배를 빌려 쓰고 있었다.
21%는 당초 목표인 28.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협상 전략상 28.4%를 내세웠지만 현대상선이 보고한 내부적인 목표는 20%였다”며 “내부 목표를 초과 달성해 5,000억원 이상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용선료 재협상 ▦공평한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3대 조건 중 두 가지를 완수한 현대상선은 마지막 남은 국제 해운동맹 가입에 성공하면 법정관리를 피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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