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전략ㆍ경제대화를 열어 민감한 외교ㆍ안보현안에 머리를 맞댔던 게 무색할 정도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일본과 러시아를 실질적인 파트너로 앞세우면서 신냉전구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최근에는 동중국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주축이 된 ‘미국ㆍ일본 대 중국ㆍ러시아’의 대립구도가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중국은 9일 새벽 처음으로 해군 함정을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열도) 접속수역(연안에서 22∼44㎞ 구간)에 진입시켜 일본 정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영해 밖 접속수역 항행은 국제법상 위법이 아니지만 중국 군함의 첫 진입에 일본 정부는 비상이 걸렸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오후 7시 총리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과 경계ㆍ감시태세 확립 등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일본은 중국 해군 함정이 접속수역을 항행 중이던 오전 2시에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 청사로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센카쿠 열도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영토”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중국 군함이 전날 오후 같은 수역에 진입한 러시아 군함 3척과 동시에 분쟁지역에 머문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중국 국방부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문에서 “중국 해군 함정들이 우리가 관할권을 가진 해역을 항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고 합법적인 일”이라며 “어떤 나라도 이에 경솔하게 발언할 권리는 없다”고 맞섰다.
지난 7일에는 동중국해 내 미국 정찰기의 정찰 활동을 두고 미중 양국이 정면으로 대치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전투기가 통상적인 정찰활동을 방해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고, 일부 외신은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30m 가까이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 국방부는 “법과 규정에 따라 조종했는데도 미국이 또다시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지난달 17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 2대가 미 해군 정찰기에 15m 이내까지 초근접비행했던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6,7일 미중 전략ㆍ경제대화 직전 남중국해에 사상 처음으로 두 척의 항공모함을 동시에 출동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지난 3월부터 남중국해 일원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존 스테니스함에 이어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하던 레이건함을 이곳으로 파견한 것이다. 미국은 또 지중해연안의 항모전단도 동시에 출격시켜 러시아에 대한 견제에도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남중국해 내 인공섬들에 활주로 건설과 무기 배치뿐만 아니라 등대와 병원 등 민간시설들을 확충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영유권 분쟁 논란과 상관없이 실효적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미국은 친중국 성향의 베트남에 이어 인도와도 군사ㆍ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중국 포위전략’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양측은 최근 중국이 사실상 남중국해 분쟁지역 전체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서도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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