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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역습' ML서 기적 일구는 뜻밖의 3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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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역습' ML서 기적 일구는 뜻밖의 3人

입력
2016.06.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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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벨 에레라/사진=MLB 공식 홈페이지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6년 메이저리그가 개막 후 어느덧 전체 시즌 일정의 40%를 향해 가고 있다. 팀간 치열해지는 순위 다툼만큼이나 흥미를 끄는 건 새로운 스타의 출현이다.

시즌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무명 선수들의 깜짝 활약은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한다. 초반 반짝하던 거품이 꺼지고 진짜 실력자만이 살아남는 시점에서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돌발 스타' 3명이 있다.

◇ '룰5 돌풍' 일으키는 리드오프

리드오프(1번타자)는 경기당 많게는 5차례 이상 타석 기회가 찾아온다. 타석이 쌓일수록 타율이나 출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리드오프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출루율은 시즌 종료 시점에서 0.360을 기준으로 A급과 B급이 나뉜다. 0.380 이상이면 특급으로 평가되고 4할 출루율은 그야말로 꿈의 고지다. 중심 타선을 빼고 100경기 이상을 테이블 세터(1~2번타자)로 나와 0.360을 넘긴 선수는 지난해 단 6명뿐이고 0.380 이상은 없었다.

올 시즌 무명의 반란을 주도하는 오두벨 에레라(25ㆍ필라델피아)의 출루율은 자그마치 0.425(58경기)다. 리드오프이면서 쟁쟁한 중심타자들을 제치고 빅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 데뷔 첫해 0.297 출루율 0.344로 합격점을 받은 그는 올해 2년차를 맞아 필라델피아 필리스 부동의 리드오프 중견수로 타율 0.319(16위) 32득점 5홈런 18타점 8도루를 거둬들이고 있다. 인상적인 건 볼넷:삼진 비율로 38:42을 기록할 만큼 요즘 젊은 선수답지 않은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한다.

사실 에레라는 룰5 드래프트(입단 당시 나이에 따라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한 마이너리그 4~5년차 선수 대상 드래프트) 제도의 수혜자 중 하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지난 2008년 만 16세 때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7년간의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에도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5년 겨울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필리스가 룰5로 지명하면서 마침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호타준족에 선구안까지 갖춘 리드오프 기근 시대에 에레라의 등장은 신선한 활력소다. 강도 높은 리빌딩에 들어간 필라델피아가 예상을 깨고 계속 5할 승률(29승 30패)을 다투는 데는 에레라의 활약이 결정적이란 평가다. 때마침 그를 홀대했던 텍사스가 딜라이노 드쉴스 주니어(24)의 2년차 슬럼프와 추신수(34)의 부상 등에 발목이 잡혀 고민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 쿠바서도 별 볼일 없던 선수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1ㆍ뉴욕 메츠)와 야시엘 푸이그(26ㆍLA다저스)의 침공 이후 쿠바 야구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많은 선수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졌고 알레드미스 디아스(26ㆍ세인트루이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쿠바 프로리그에서 평범했던 그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고 유격수라는 프리미엄 덕에 2014년 3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어렵사리 4년 800만 달러(약 92억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출발은 실망스러웠다. 마이너리그 첫해 부상에 시달렸고 2015시즌엔 40인 로스터에서 빠지는 지명할당선수로 공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조니 페랄타(36)의 부상을 틈타 우연히 개막전 주전 유격수 기회를 잡은 그가 올 시즌 타율 0.321(10위) 8홈런 31타점 출루율+장타율(OPS) 0.886 등으로 대폭발할 줄 아무도 몰랐다. 그는 첫 52타수 동안 26개의 안타를 뽑아냈는데 스포츠 통계전문 업체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50타수를 채운 시점에서 5할을 넘긴 신인 타자는 1900년 이후 디아스가 유일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쿠바 유망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혀 빛나지 않던 디아스의 재발견은 일종의 돌연변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페랄타가 돌아왔지만 그를 3루로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지킬 만큼 세인트루이스의 중추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 '유망주→떠돌이→에이스'로

투수 쪽에서 단연 돋보이는 별은 드루 포메런츠(28ㆍ샌디에이고)다. 한때 특급 유망주였으나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 설움을 딛고 올 시즌 11경기 5승 5패 평균자책점(ERA) 2.22(8위) 탈삼진 77개(65이닝) 이닝당주자허용(WHIP) 1.05로 명예회복 중이다. 특히 9이닝당 탈삼진이 10.66개로 클레이튼 커쇼(9위)에 앞선 전체 8위에 오를 만큼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다.

포메런츠의 야구 인생은 굴곡이 있다. 어린 시절엔 테네시주가 배출한 야구 천재로 각광받았다. 고교 졸업 해이던 2006년 텍사스가 그를 12라운드로 지명했지만 거부하고 미시시피대학교로 간다. 2007년 텍사스가 그를 또 한 번 지명했지만 대학에 머물렀고 2010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1라운드 지명선수로 거액의 계약금(265만달러ㆍ약 31억원)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2011년 7월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를 당했고 2013년에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가 됐다. 2015년 겨울 다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되는 등 순식간에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다.

포메런츠는 6피트 5인치(196cm)의 장신이 매력적인 좌완투수인데 정작 내구성에 의문 부호가 따랐다. 공이 빠른 편도 아니다. 패스트볼(빠른공) 평균 구속이 91마일(146km)대에 머문다. 올 시즌 그의 성공을 있게 한 건 좌완 특유의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다. 70%에 육박하던 패스트볼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버리고 주무기 너클 커브의 구사 비중을 41.0%로 끌어올린 결과 리그를 대표하는 '닥터 K' 좌완으로 거듭났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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