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키 작은 종족 ‘호빗(Hobbit)’의 별칭으로 불려온 원시 왜소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질병으로 몸집이 작아진 현생 인류가 아닌 별개 인류 종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14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신장 1m 이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성인 1명과 어린이 2명의 화석을 호주, 일본 등 다국적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관련 논문은 과학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호빗’화석이 70만년 전에 생존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흔적이며, 약 100만년 전 인근 자바 섬에서 플로렌스 섬으로 이주해온 호모 에렉투스가 오랜 격리생활로 인해 몸집이 작아져 별개의 종으로 갈라졌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학계에선 2004년 플로렌스 섬 동굴 바닥에서 발견된 다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화석을 토대로 ‘호빗’이 다름아닌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 가운데 왜소증에 걸려 몸집이 작아진 변종이라고 주로 판단해왔다. 연구진의 분석대로라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20만년 전 처음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해진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연구팀의 애덤 브룸 호주 그리피스대 고고학 교수는 “플로렌스 섬은 면적이 매우 작고 먹을 수 있는 단백질원도 코모도 도마뱀 등으로 제한적이었다”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맹수들로부터 몸을 피하며 생존하기 위해선 호빗처럼 작은 덩치를 유지하는 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연구에 쓰인 화석이 치아와 턱뼈 등에 불과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근원을 단정짓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연구진은 가설을 보다 확증할 수 있는 척추뼈 등 비교적 큰 화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라며 “아직 거대한 퍼즐을 맞추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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