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과도한 도수치료 유도
실손보험료 인상시킨 주범 눈총
깐깐해진 기준에 피해 우려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A씨는 지난해 8월 경추(목)통과 경추염좌 진단을 받고 B병원에서 두 달에 걸쳐 도수치료를 19회 받았다. 이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 99만여원을 받았다. A씨는 보험금을 받은 다음날부터 12월말까지 추가로 도수치료 22회를 받고, 통원치료비까지 포함해 247만원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A씨가 추가로 받은 치료는 질병치료가 아닌 체형교정 등에 해당돼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A씨는 곧바로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4개월여의 심사 끝에 금융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반복적으로 시행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며 A씨가 신청한 실손보험금 지급 청구 조정 신청을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금융당국이 도수치료와 관련해 실손보험 지급대상이 아님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앞으로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체형 교정이나 피로 회복 등을 위한 도수치료를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받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도수치료는 약물 처방이나 수술 없이 시술자가 맨손으로 근육이나 뼈를 주무르고 비틀어 통증을 완화해 주는 치료다. 상당수 병원에서 환자가 찾아오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과도한 도수치료를 권해 ‘도덕적 해이’의 상징이 된 치료법이다.
실제 도수치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급여항목이던 2005년까지 치료비가 회당 1만원 정도였으나, 비급여항목으로 전환된 2006년 이후 실손보험이 보장해주면서 회당 15만~20만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병원으로서는 보험사로부터 많은 의료비를 타낼 수 있어 환자의 자기부담금(의료비의 10%)까지 면제해주면서 과도한 도수치료를 유도하는 실정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의사가 아닌 운동치료사들이 치료하고도 진료비를 청구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손해율(지급한 보험금/거둬들인 보험료)을 올려 선량한 다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린 주범으로 꼽혀왔다. 실손 보험료는 지난해 8.3% 인상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25.5%나 올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의 이번 결정은 실손보험금 지급에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조정위는 “A씨 진료 기록에는 진단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 검사 결과가 없고, 장기간 도수치료를 받았는데도 상태가 호전됐다는 등 치료 효과에 대한 평가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진단을 통해 치료가 이뤄지고 질병치료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급 기준이 제시된 셈이다.
다만 치료를 목적으로 도수치료를 이용했는데도 깐깐해진 기준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감원은 “정당한 진단 여부와 치료효과 입증은 보험사나 신청자와 무관한 제3의 의료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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