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예술의전당서 탄호이저 지휘
“한때 서울시향, KBS교향악단과 함께 국내 ‘3대 오케스트라’로 꼽혔지만, 부천필은 지난 10년 간 큰 변화가 없었어요. 재단법인화 된 나머지 두 단체는 크고 작은 내홍을 겪었지만 꾸준히 성장해왔죠.”
지난해 1월 부임해 막 임기 절반을 채운 박영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평가는 냉정했다. “말러 시리즈 후 큰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했고, 예산의 한계도 컸다”는 것, 그리고 2014년 퇴임전까지 “25년간 부천필을 이끈” 임헌정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그림자가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지난해 업무를 파악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죠. 말러시리즈를 다시 선보이는 한편 새로운 음악적 과제를 제시합니다.” 박 지휘자가 꺼낸 새 카드는 바그너. 올해부터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를 시작, 바그너 오페라를 콘서트 형식으로 매년 선보인다.
박영민 지휘자는 9일 서울 명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과거 부천필이 말러 교향곡을 통해 국내 오케스트라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를 했듯, 바그너 음악을 통해 또 하나의 한계를 넘는 기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필은 서울 예술의전당과 손잡고 1999∼2003년 한국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해 말러 열풍을 일으켰다. “바그너 하면 보통 웅장한 관악기를 떠올리지만, 진짜 바그너 음악의 수준을 보여주는 건 촘촘하게 배치된 현악성부입니다. 부천필은 현악이 우수한 오케스트라에요. 또 관악도 현악 못지않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로 나아가는 계기로 바그너 시리즈를 고른 이유입니다.”
지난 3월 바그너 오페라의 서곡만을 모아 전체요리 격인 ‘바그너의 향연Ⅰ’을 선보인 부천필은 30일 ‘바그너의 향연Ⅱ 탄호이저 오페라 콘체르탄테’(예술의전당 콘서트홀)를 통해 본 요리를 선보인다. 바그너의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 탄호이저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음악회는 오페라 연출가 이의주를 섭외해 풍성한 볼거리까지 선사한다. 베르디 국제콩쿠르 2위 등 다수 콩쿠르에서 입상한 테너 이범주(탄호이저), 지난해 칼스루 바그너 성악 국제콩쿠르에서 바그너상을 받은 케이틀린 파커(엘리자베트)등 젊은 성악가들이 무대를 채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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