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의 민간 은행들이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아래에서 대출자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중앙은행에 현금을 맡길 경우에도 비용을 지불하느라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9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현금을 유로존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하는 대신 유지비와 보험료 등 비용이 적잖이 드는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최대 은행 미쓰비시도쿄UFJ는 일본 국채 입찰에 특별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딜러(PD)자격 반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너스 금리 아래에서 국채를 보유하는 장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ECB는 2014년 6월부터,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 2월부터 경기부양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FT와 분데스방크 등에 따르면 ECB의 마이너스 금리로 독일의 은행들은 2년 새 2억4,800만유로(약 2,9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마이너스 금리가 증시에서 악재로 작용한 탓에 은행주도 추락했다. 일본 토픽스 지수 은행분야는 올해 들어 28%가 떨어졌고 유로스톡스지수 은행분야도 21%가 하락했다고 FT는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은행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독일 바이에른 지역 일부 저축은행들은 코메르츠방크처럼 현금을 중앙은행에 맡기지 않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독일 재보험사 뮌헨레그룹 관계자는 “실제 수익에 도움이 될지 확실치는 않지만 올해 약 1,000만유로(약 131억원)가량을 현금으로 보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도 국채보유 잔고가 많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미쓰비시도쿄UFJ처럼 프라이머리딜러자격을 포기하는 경우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