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 같은 종류의 착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자신이 상점에 들어가는 순간 그곳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는 식의. 그래서 입 밖에 내지 않으려 애썼는데, 한술 더 떠 글로 쓰게 될 줄 몰랐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다니는 요가 역시 내가 처음 갔을 때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원이 늘더니 더 이상 요가 매트를 깔 공간이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드디어 아는 사람까지 모습을 나타냈다. 관절과 허리가 아파서 일체 짐을 들 수 없다며 내게 여러 번 짐을 들게 했던 영문학을 전공한 여성이었다. 강습 중에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쓴웃음을 웃었다. 그녀가 너끈히 소화하는 동작을 따라 하다 허리에 통증을 느낀 나는 멈춰 있는 상태였다. 첫 강습에 늦은 그녀의 몸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한쪽 다리에 몸무게를 실어 두 팔을 위로 뻗으며 꼿꼿하게 서는 동작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었다. 그때 내 몸은 심하게 흔들리다 옆 사람을 들이받고도 멈추지 못했다. 그날 특별히 몸 상태가 좋았을 수도 있지만, 그녀가 오히려 내 짐을 들어줘야 했다는 일방적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혼자 민망해진 나는 아직 나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천연덕스럽게 인사할 수가 없었다. 강습이 끝나자마자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