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 분위기 타고 업체들 수조원대 수주경쟁할 때, 래미안은 존재감 사라진 듯
KCC매각설에 공식 부인 불구
삼성SDS 물류 분할 결정 이어 “주택사업 정리 수순” 관측 무성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SDS 물류사업을 분할키로 결정하는 등 재차 사업구조 재편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려 온 삼성물산 주택사업(래미안)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재개발ㆍ재건축 등 국내 주택 분야의 신규 수주에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축소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에 근거, 주택사업에서 손을 떼는 시나리오에 갈수록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는 신규 수주에 나서지 않고 과거에 시공권을 따낸 재건축ㆍ재개발 현장을 관리하는 선에서 주택사업 조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앞서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삼성물산이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을 KCC에 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으나, 올해 3월 양측 모두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사실 이미 삼성물산은 2011~2012년부터 기존 주력이었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4년간 삼성물산의 재건축ㆍ재개발 수주 실적은 ‘신반포3차 통합재건축(2015년)’, ‘경기 과천 주공7-2단지 재건축(2013년)’, ‘서초 우성3차 재건축(2012년)’등 세 건에 불과하다. GS건설(8조3,035억원), 대림산업(2조7,211억원), 현대산업개발(2조4,421억원) 등 경쟁사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틈타 작년 한해만 수조원 규모로 재건축 사업을 따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주택영업 실무자는 “최근 3년간 현장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영업을 돌면서 삼성물산과 수주 경쟁을 펼쳐 본 일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에서 역시 삼성물산의 존재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한신4지구 통합재건축’,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등 사업비가 수조원대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내년 상반기 잇따라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에 시공사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형 건설사 간 물밑 영업전이 펼쳐지고 있으나, 삼성물산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 국내에서 다른 주택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년 주택 경기 ‘활황’에 발맞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4개사는 전년(6만 가구) 대비 125% 증가한 총 13만 가구를 분양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작년 한해 1만450가구를 분양하며 2014년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물산의 작년 분양 물량 중 95% 이상이 조합원 대상 물건인 탓에 사실상 분양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이에 2012년 말 14조6,525억원에 달했던 삼성물산의 주택 부문 수주 잔고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올해 3월 말 기준 12조8,570억원으로 줄었다.
삼성물산 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주택사업 자체를 접으려 한다는 얘기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자체 사업을 위해 땅을 사는 것도 아니고 조합원들이 먼저 요청하는 재건축 시공도 마다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만 계속 줄인다면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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