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일본이 또 있을까.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면 한 시간 남짓이면 이어지고, 부산항에선 카페리와 쾌속선이 쉼 없이 규슈를 드나든다. 관문 후쿠오카에서는 도심의 매력을 만끽하고 오이타,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로 이어지는 규슈 연선을 따라 명품온천과 리조트의 매력이 쉼 없이 이어지기에 규슈는 한국인관광객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로 그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매력의 규슈 내에서도 이 계절을 즐긴다면 단연 테마는 자연이다. 일본판 제주올레로 불리우는 규슈올레를 시작으로, 일본 내에서도 최고로 추앙받는 온천들이 여행자를 반기니 아웃도어를 겸한 치유여행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규슈는 더없는 선택이 된다.
여름으로 향해가는 이 계절 규슈의 대자연은 절정으로 치달으며 자연을 통해 치유를 전한다. 테마는 뻔한 등산이나 트레킹이 아니다. 규슈의 대자연을 무대로 규슈의 문화와 역사를 탐미하는 ‘규슈올레’라는 장르다. 규슈올레라는 이름에서 익숙함을 느끼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에서 만났던 트레일코스인 제주올레의 일본 규슈판이기 때문이다.
규슈올레는 일본 남단의 섬 규슈지방의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며 규슈의 속살을 발견하는 힐링투어이자 제주올레의 정신을 이어받아 규슈만의 색깔을 담아낸 오리지널 명품 트레일 코스. 한국 내 걷기열풍과 때를 같이하며 지난 2012년 2월 길을 연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방문객 10만 명을 훌쩍 넘기며 한껏 높아진 한국 내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며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만도 17개에 이른다. 규슈 내 7개 현에 골고루 규슈올레가 자리하니 규슈올레를 찾는 것만으로 규슈의 매력을 남김없이 탐할 수 있는 셈이다.
# 개성파 올레길, 가라쓰, 아마쿠사, 기리시마, 묘켄을 걷다
규슈 내 각지에 산재한 17개소의 규슈올레는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유명세가 있는 곳은 1호 올레길로 일찌감치 문을 연 사가현 다케오코스와 온천왕국으로 이름 높은 오이타현의 벳푸코스, 그리고 일본 개항의 역사를 전하는 이국적 풍경의 나가사키현 히라도코스 등이지만, 이에 뒤지지 않는 절경과 일본감성을 전하는 명품코스가 줄지어 기다리니 그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에서 멀지 않는 사가현의 가라쓰코스도 그중 하나다. 사가현 북쪽에 자리한 가사쓰시에 문을 연 규슈올레 가라쓰코스는 규슈올레의 원조격인 제주올레와 가장 닮아있다. 제주를 꼭 닮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안길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올레가 시작된 제주도 서귀포시와 가라쓰시는 지난 1994년부터 자매도시로서 교류가 각별하니 올레의 상징성이 더욱 특별하다.
코스의 전반은 나고야 성터 주변의 진영터가 볼거리가 된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을 위해 나고야성을 축성하고 그 주변에 전국에서 집결시킨 다이묘들의 진영을 구축하고 주둔 시켰던 터다. 푸른 하늘 아래로 초록의 잔디가 깔려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엔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국운을 건 전쟁의 역사가 함께하니 코스 초입부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나고야 성터(名護屋城跡)의 천수대다. 이키섬, 쓰시마(대마도), 현해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경관이 마음 속 깊은 고민까지 날려버리니 규슈올레 가라쓰코스의 백미라 칭해도 좋을듯하다.
코스 후반부로 접어들면 일본 북서부 끝에 위치한 하도미사키를 향해 걷는 해안 올레가 시작된다. 자연이 조각한 주상절리와 푸른 해송이 있어 규슈올레 중 제주의 해안올레와 가장 닮아있는 길이다. 잘 닦여있는 해송 산책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코스의 끝에 다다르면 종점 하도미사키 주차장에 있는 작은 실내 포장마차에서 반건조 오징어와 소라구이를 팔고 있으니 가라쓰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별미로 필히 맛볼 일이다.
가라쓰코스가 자리한 사가현에서 남으로 약 90분 거리인 구마모토에도 멋들어진 올레길이 반긴다. 무대는 다도해의 절경이 반기는 가미아마쿠사. 구마모토현 남서부에 자리한 아마쿠사제도의 관문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웅대한 산세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으로 규슈에선 ‘무릉도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울 만큼 유명세다.
코스는 2개나 마련된다. 첫 번째 코스는 바다와 산의 매력이 공존하는 ‘마츠시마 코스’. 전장 11.1km의 코스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떠받들여지는 치쥬관음(知十?音) 보살상을 포인트로 출발한다.
마츠시마 올레길의 하이라이트는 오르막길을 따라가는 중후반부다. 오르막은 정상까지 가끔씩 숨을 헐떡일 정도의 기분 좋은 난이도. 무엇보다 정상에서 맞이한 풍경이 명작이다. 마츠시마의 많은 섬들이 군무를 추듯 흩어져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표정을 선보이는데, 정상부인 센겐노모리다케(千元森嶽)에 오르면 이러한 절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이어져 여행자의 입에서 감탄사를 쉼 없이 토해내게 만든다.
올레길 끝엔 심신의 피로를 풀 천연온천 족욕탕도 기다린다. 족욕탕에서는 마츠시마코스 완주에 가장 큰 수고를 한 두 발을 온천수에 뉘이고 아마쿠사의 5개 다리를 조망할 수 있으니 어쩌면 온천수에 담긴 발보다 절경을 누리는 눈이 더욱 호강한다.
마츠시마 코스가 산과 바다의 매력을 탐하는 아웃도어적 정서를 중시한 코스라면 가미아마쿠사의 또 다른 올레코스인 이와지마 코스(전장 12.3㎞)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정서를 탐하는 감성적인 코스다.
바다 위를 걷는 듯 히가시오이바시(東大維橋)다리를 건너 이와지마섬의 초입, 선사시대의 고분군 유적지인 센자키 고분군이 이와지마 코스의 시작점이다. 20여 기의 석관 고분이 작은 야산에 잠들어 분위기가 자못 신성하다.
코스 종반의 검푸른 바다와 마주한 소토우라해안길은 단연 이와지마 코스의 백미다. 먼 고대부터 이어진 자연해안으로 기묘한 판상절리의 길은 수천만 년 전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단층지대로 공룡이 실존했던 6500만 년 전 지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판타지한 정서까지 더하니 올레의 감동은 더욱 배가 된다.
규슈에서도 가장 남쪽인 가고시마에도 절정의 규슈올레코스가 올레꾼의 조바심을 태운다. 코스의 이름은 기리시마·묘켄코스. 시작점과 도착점에서 온천을 만날 수 있어 온천과 함께하는 힐링코스로 규슈올레를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코스다.
올레의 시작점은 묘켄(妙見)온천가다. 깊은 골짜기 사이에 자리 잡은 기리시마를 대표하는 유명한 온천지대로 아모리강 위로 놓인 현수교 아래 계곡 양쪽에는 온천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일본감성이 가득하다.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온천수증기의 장관을 뒤로하고 다리를 건넌 뒤 본격적인 걸음이 시작된다. 깊은 숲이 코스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데 한 여름에는 천연의 피톤치드 삼림욕을 만끽할 수 있어 특히 인기다. 숲을 일주하는 코스인 만큼 볼거리는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 자라는 곧은 삼나무 숲이다. 마치 신화의 세계에 들어온 듯 판타지한 감성에 중년의 관광객들조차 어린아이들처럼 탄성을 내지른다. 코스 중반 숲속에선 이누카이노타키폭포(犬飼?)와 와케신사(和氣神社)도 기다린다. 절경 속 일본 신도의 영험함을 느낄 수 있으니 신성한 기운을 충전할 포인트가 된다.
도착 지점에선 무료 족욕탕이 기다린다. 약 11km의 4시간 여를 걸어 지친 발의 피로를 풀 수 있으니 코스의 종반까지 기리시마·묘켄코스의 극진한 서비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 한여름 천연온천으로 이열치열, 온천순례 각별하네
규슈는 일본전국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는 온천의 왕국. 아직도 연기를 내뿜는 살아있는 화산이 두 개나 있고, 그 화산대는 규슈의 섬 전역으로 퍼져 온천대를 형성하니 어디를 가건 명품온천들이 그득히 펼쳐지는 이유다. 온천이야 많지만 개성파 온천들은 따로 있다. 별장같은 호젓함의 유후인과 온천순례에 제격인 구로카와온천이 기다리니 온천애호가들의 발길이 규슈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유후인(湯布院|www.yufuin.gr.jp)은 규슈온천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벳푸가 자리한 오이타현에 위치한다. 유후다케로 대표되는 수려한 자연풍광에 더해 거리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넘쳐나고 전통적인 온천료칸이 몸과 마음을 유혹하니 화려한 벳푸와는 반대로 유유자적 온천을 즐기고픈 이들에겐 유후인이 더없이 각별하다.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명산 유후다케 봉우리의 절경이 무엇보다 백미다. 유후인의 상징으로 자리한 유후다케는 누런 벌거숭이 화산산. 과거의 화산 활동에 의해 뾰족하게 솟은 모양이 유후인 온천마을을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고 그 빼어난 절경은 유후인에서의 정취를 더해준다. 아침에는 여명과 안개에 쌓인 유후다케를, 저녁이면 음영으로 비춰지는 유후다케 봉우리의 감동이 다르니 유후다케를 조망하는 작은 료칸의 소박한 노천탕이 그 어떤 천국 부럽지 않다.
유후인의 명물로 자리한 유후인 상점가 산책도 유후인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유후인역에서부터 긴린코호수까지 이어지는 상점가는 어느 테마파크에 와 있는 듯 흥겨움이 가득한 거리. 유후인 미술관을 시작으로 테디베어숍, 일본 전통공방,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점, 베이커리 카페 등 데이트는 물론 산책에도 안성맞춤인 코스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후인의 명물인 ‘금상 고로케’ 가게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로부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만큼 한글로 적힌 메뉴가 식욕을 자극하고, 최고 인기의 빵집 마키노야는 이른 아침부터 빵을 사려는 이들로 벌써부터 긴 행렬이 만들어져 호기심을 자극한다. 거리 곳곳에는 마차와 인력거꾼들도 자리하고 있으니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몸을 맡겨 봐도 좋다.
온천천국 규슈를 즐긴다면 구로카와온천(?川?泉|www.kurokawaonsen.or.jp)도 욕심내볼만하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온천으로 깊은 산속에 자리한 탓에 옛 온천의 모습과 자연이 그대로 간직되어 이상적인 일본온천의 감성을 맛볼 수 있는 가히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는 명소다.
구로카와온천의 가장 큰 특징은 온천마을 전체가 마치 하나의 온천리조트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점. 20여 채의 온천료칸이 강줄기를 따라 연이어 자리하고, 검은색으로 통일된 온천료칸 건물과 거리는 온천테마파크에 온 듯 감각적이고 세련되기까지 하다.
구로카와온천이 즐거운 이유는 더욱 다양한 스타일의 온천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 보통 숙박하고 있는 온천료칸의 온천탕만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구로카와에서라면 숙박하는 온천료칸 뿐만 아니라 온천마을 내에 자리한 모든 온천료칸의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즐거움도 두 배다. 이용방법도 간단하여 1,300엔의 입욕패(入湯手形)를 구입하면 구로카와온천마을 내의 3개소의 온천을 골라 자유롭게 입욕할 수 있다. 때문에 구로카와온천 거리에서는 입욕패와 온천료칸 안내지도를 들고 어는 온천에 입욕할까 고민하는 여행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으니, 온천애호가를 자처한다면 필수코스로 찾아볼만하다.
구로카와온천을 찾은 이들이라면 세계 최대 칼데라화산의 위용을 눈앞에서 즐길 수 있는 구마모토의 최대 자연관광지인 아소를 곁들여 즐길만하다. 추천명소는 아소오악(阿蘇五岳)으로 불리우는 아소 외륜산의 대파노라마를 조망하는 다이칸보 전망대. 화산폭발로 형성된 아소를 둘러싼 외륜산의 압도적 산세와 칼데라를 형성한 아소고원의 풍경이 규슈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감동을 전하니 기억해둘 포인트다.
# 규슈일주에 안성맞춤, JR규슈레일패스
자유여행자에게 있어 규슈는 천국과 다름없다. 외국인관광객에게 경제적이고 편리한 레일패스가 마련되어 경제적인 부담 없이 규슈 전역을 일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격은 JR규슈레일패스다. 페스 한 장이면 규슈 내의 모든 JR그룹의 철도노선은 물론 규슈신칸센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평균 40%이상의 교통비용의 절감할 수 있어 광대한 규슈를 샅샅이 돌아보겠다는 여행계획을 가진 여행자라면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인 패스다.
규슈 레일패스는 북규슈 3일권/5일권, 전규슈 3일권/5일권의 총 4가지 권종으로 발매된다. 북규슈권은 후쿠오카현, 오이타현, 나가사키현, 사가현, 구마모토현의 5개 지역 내 노선에서 이용할 수 있고 전규슈권은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와 미야자키까지 탑승이 가능하니 여행지역 및 일정에 따라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북규슈레일패스는 3일권이 8,500엔, 5일권은 10,000엔이며, 전규슈레일패스는 3일권 15,000엔, 5일권 18,000엔의 경제적인 가격으로 설정되어 부담도 없다. 신칸센 탑승 혜택도 반갑다. 북규슈권의 경우 하카타부터 구마모토까지, 전규슈권은 하카타에서 최남단인 가고시마주오역까지 JR규슈 레일패스만 제시하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 www.jrkyushu.co.jp/korean/index.html
<여행정보>
규슈관문 후쿠오카를 포함해 규슈 각지로 인천공항, 김해공항 등에서 저비용항공(LCC)을 포함해 다수의 정기항공편이 취항중에 있으며,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미래고속, JR규슈고속선) 및 카페리(고려훼리)편도 호평 취항중이다. 지난 4월 규슈 구마모토현을 중심으로 발생한 지진피해도 대부분 복구되어 규슈신칸센을 포함해 고속도로 등 전노선이 정상 운영중이며, 관광지를 포함해 호텔과 온천료칸도 정상 영업하여 불편 없이 규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규슈올레를 포함한 규슈지역 내 관광에 관한 상세정보는 규슈관광추진기구 한국어 홈페이지(www.welcomekyushu.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사이트 내에 구마모토 지진관련 실시간 안전정보도 제공 중이다.
이상직 기자(일본관광신문 www.japanpr.com)
●취재협력/사진제공 : 규슈관광추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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