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운영위 법사위 등 8개
더민주 환노위 예결위 등 8개
국민의당 교문위 산자위 2개
18개 상임위장 일사천리 배분
30년來 가장 신속하게 원 구성
“徐 하반기 의장 노림수” 해석도
새누리당ㆍ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이 20대 국회 개원(5월 30일) 열흘 만에 원 구성에 전격 합의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8일 오전 여야 통틀어 최다선(8선)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국회의장이 여당몫(새누리당)이냐 다수당몫(더민주)이냐를 두고 양당이 평행선을 달리던 차에 서 의원이 전격적으로 “야당이 의장직을 달라고 하면 줘버려라”라고 하자 얽히고설킨 협상 실타래가 거짓말처럼 풀렸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 의원의 발언 뒤 여야 원내지도부가 회동을 거듭, 3당의 상임위원장 배분 발표까지는 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날인 7일까지만 해도 “헌정사상 드문 8선 의원이 우리 당에 계시다”며 의장직 사수 의지를 보였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 의원의 발언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원 구성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우리 당은 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8선 선배로서 부담감이 컸지만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줘야겠다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후 3당 원내대표들은 여의도 모처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한 2라운드 회동에 나서기로 했다가 다시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들까지 참여하는 ‘6자 회동’을 거쳐 삽시간에 18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완료했다. 20대 국회는 22년째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기는 위법 관행을 지속했지만, 1987년 개헌 이후 최근 30년 동안 가장 신속하게 원 구성을 마치는 기록을 세웠다.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를 사수했고, 국회선진화법 시행 아래 법안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를 여당몫으로 돌렸다. 또 경제관련 3개 상임위 중 기획재정위와 정무위를 지킬 수 있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법사위, 운영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을 지켰다”며 “과거 법사위와 미방위는 여야가 나눠서 했는데 우리가 다 확보하게 돼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더민주는 예산결산특위를 챙겨 대(對)정부 예산ㆍ결산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다. 또 19대 국회 새누리당 몫이었던 외교통일ㆍ윤리위를 챙겼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외통위 확보에 대해 “꽉 막힌 남북경색의 정국을 풀겠다는 의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의당도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지망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자당의 몫으로 돌리고 산업통상자원위도 가져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예결위를 양보하겠다고 한 데서 물꼬가 트인 것”이라고 협상 뒷얘기를 소개했다. 정치권에서는 3당이 '지켜야 할' 상임위와 '가져와야 할' 상임위를 고루 배분한 협상이란 평가를 내놨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서 의원의 의장 불출마가 ‘하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셈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대 총선 무소속 당선자 11명 중 7명이 새누리당 출신으로 모두 새누리당으로 돌아올 경우 129석을 확보하게 돼 원내1당이 된다는 논리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다는 관례를 서 의원이 만들면서 자신이 자연스레 하반기 의장직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구도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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