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潘측서 면담 성격 변질”
潘, 친노와 관계 개선 기회 무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친노 진영의 좌장인 이해찬 무소속 의원의 뉴욕 회동이 취소됐다. 친노 진영과 불편한 관계인 반 총장 입장에선 관계 개선의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반 총장과 이 의원은 8일(현지시간) 낮 12시30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동할 예정이었다. 이 의원이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한다는 소식을 유엔한국대표부를 통해 들은 반 총장이 제안한 만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동 당일 이 의원 측이 “면담의 성격이 변했다”며 일정을 취소하면서 둘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 의원과 동행 중인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회동 결렬의 책임이 반 총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면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반 총장 측도) 이 의원과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며 “당초 비공개로 (반 총장과) 차 한잔 하려 했던 만남의 성격이 변화돼 면담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과 함께 방미 중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편하게 차 한잔 하려 했던 것인데 (반 총장 쪽에서) 자꾸 기자들을 배석시켜 진행하려 해서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하다가 ‘그럴 바에야 안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후 다시 만나자는 얘기는 없었고, 그냥 안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 측은 아무런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야권 한 인사는 “반 총장으로선 친노 진영의 불만을 해소하는 게 정치적 숙제였을 것”이라며 “이번 면담이 성사됐다면 이를 희석시킬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에게 유리한 이런 효과 때문에 노무현재단 측에서 만남을 기피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반기문 외무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상당한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방한 때 봉하마을을 방문하지 않아 친노진영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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