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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는 기업] 한국 기업, 미래 열 선제적 투자로 불황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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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는 기업] 한국 기업, 미래 열 선제적 투자로 불황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16.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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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현재 한국의 기업 상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당시의 위기가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하루 아침에 부도를 겪으며 실업자를 쏟아냈던 급성 위기였다면 지금은 산업 기반이 서서히 붕괴되며 실업자를 양산하는 만성 위기”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엄중하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임박 등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과잉공급, 시장 불안에 맞서기 위한 해법으로 다시 혁신, 신기술 개발, 선제적인 위기 관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거나 적당히 안주할 경우 전 세계적인 기업간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도 확산되고 있다.

현상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도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매출 2년째 ‘역성장’…제조업의 위기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은 최근 2년 연속 감소했다. 자산 120억원 이상으로 금융감독원이 외부감사대상 기업으로 지정한 1만9,36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014년 대비 2.4% 줄었고, 그 폭은 2014년(-0.3%)보다 커졌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조업 매출액은 2013년 1.2% 증가했지만 2014년에는 1.9%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했고, 작년에는 4.2%나 줄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3년 1.3%에서 2014년 -0.7%, 지난해 -3.8%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 점이다. 또 5곳 중 1곳은 영업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해 느끼는 체감도는 ‘심각한 불황’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건설,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철강, 섬유 등 업종별 단체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7곳(90%)이 ‘공급 과잉 상태’라고 답했다. 업종에 대한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현재 업종이 성장 정체기이거나 사양화 단계라고 답한 단체가 26곳으로, 조사 대상의 86.7%에 달했다. 고도 성장기나 완만한 상승기라고 응답한 단체는 4곳에 불과했다.

불황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과잉공급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전망이었다. 10년 이상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도 10곳 중 3곳(29.6%)이나 됐다. 1년 이내에 과잉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본 단체는 한 곳도 없었고, 3년 이내 해소될 것으로 본 단체가 29.6%였다. 해소 시점을 ‘5년 이내’로 본 곳은 22.3%, ‘10년 이내’로 본 곳은 11.1%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업종은 절반에 가까운 43.3%나 됐다. 매출액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업종은 13.3%, 매출이 감소한 대신 영업이익이 늘어난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업종은 26.7%였다.

기업들 “어렵지만 투자 확대”

기업들은 올해에도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선제적인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연구개발(R&D) 등의 투자를 늘려 과감한 변화를 이뤄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30대 그룹의 투자 계획은 12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투자 실적 116조6,000억원보다 5.2% 증가했다. 30대 그룹의 올해 전체 투자 중 시설 투자는 전년보다 7.1% 증가한 90조9,000억원, R&D 투자도 31조8,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그룹들은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통 에너지 등 기존 주력 업종에 대한 과감한 설비 투자와 신성장동력 개발을 위한 R&D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30대 그룹 중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증가한 그룹은 18곳에 달했다.

그룹별 주요 투자 프로젝트를 살펴 보면 삼성그룹은 2018년까지 평택 반도체단지 건설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친환경 및 스마트차량 개발에 1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SK그룹은 올해에만 SK하이닉스 반도체 설비투자로 5조4,000억원, SK텔레콤 망 투자에 1조3,000억원, SK브로드밴드 인프라 투자에 6,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그룹은 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시설 확장을 위해 2018년까지 10조원,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 202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한다.

롯데그룹은 제2맥주공장 설립을 위해 2,600억원을 투자하고, 한화그룹은 여수산업단지의 염소 생산설비 증설에 1,200억원, 충북지역 태양광 공장 신ㆍ증설에 2,100억원 등을 투입한다. 한진그룹은 항공기 신규 도입을 위해 내년까지 2조4,000억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며,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에어버스 A380기종 2기 추가 도입에 6,700억원을 투자한다.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사업에 1,500억원, 복합쇼핑몰 건립에 4,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CJ그룹은 물류 인프라 구축에 5,000억원, 콘텐츠사업 투자에 6,700억원을 투입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투자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도 과감한 규제 개혁과 산업 현장과 괴리된 세제 정비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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