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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현직 차관들의 묘하게 엇갈린 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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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현직 차관들의 묘하게 엇갈린 일성

입력
2016.06.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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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황부기 전 차관 후배 공무원들에게 ‘주체적 역할’ 강조

신임 김형석 차관 “北 비핵화 우선” 원칙 있는 대북 정책 재확인

황부기 전 통일부 차관이 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부기 전 통일부 차관이 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어딜 가든 주인이 되면, 그 곳이 참된 자리다.”

1년 6개월 간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황부기 전 통일부 차관은 홀가분함 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표정이었다. 8일 오후4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통일부 차관 이임식에서 황 전 차관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마지막 당부로 ‘주체성’을 강조하며 단상을 내려왔다.

황 전 차관의 마지막 일성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명언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주인이 되면, 그 곳이 참된 자리다’라는 불교용어로, 주체적인 삶을 강조한 말이다.

이를 두고 관가 주변에선 “통일부가 좀 더 주체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처럼 들렸다”는 말이 나왔다. 박근혜정부 들어 대북정책은 청와대가 세게 틀어쥐고 있어 통일부가 목소리를 낼 공간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마침 황 전 차관 후임으로 온 김형석 신임 차관이 직전까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 직책을 지내다 온 상황이어서 ‘주체성’ 발언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었다.

김형석 차관은 통일부 대변인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13년부터 1년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을 지냈고, 지난해 4월부터 홍용표 통일 장관의 후임으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는 김 차관에 대해 “현 정부의 통일기조와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통일 환경을 조성할 적임자다”고 소개했다. 정부 관계자는 “매우 꼼꼼하고, 일 처리가 뛰어난 한마디로 모범생의 전형이다”고 평가했다.

8일 새로 취임한 김형석 통일부 신임 차관의 모습.
8일 새로 취임한 김형석 통일부 신임 차관의 모습.

이날 5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린 김 차관의 취임식 자리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설명회를 연상케 했다. 김 차관은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도 이뤄질 수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하는 데 취임사를 대부분 할애했다.

김 차관은 “북핵 개발은 직접적 위협이자, 남북관계 평화와 통일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남북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면서 북한이 비핵화와 올바른 변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어 “그래야 우리가 바라는 보편타당한 원칙에 기반하는 올바른 남북관계, 상식과 국제 규범이 통하는 제대로 된 남북관계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취임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협상론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김 차관은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하고 핵심을 찔러야 한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우리 정부가 대화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입장을 끌어내기 위한 해법으로 여전히 제재와 압박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통일부에선 김 차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긴밀한 정책 협조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나왔다. 그러나 역으로 청와대 보조를 맞추느라 통일부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편 김 차관은 통일부 내 행시 선배 기수들을 제치고 차관 자리에 임명된 것과 관련, “남북관계의 경륜이 있으니 충분히 활용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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