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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9, 10, 11…삼바축구 황금넘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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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9, 10, 11…삼바축구 황금넘버의 추억

입력
2016.06.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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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10번 선수들/사진=히바우두 인스타그램.

'삼바축구'가 실종됐다. 세계 최강이던 브라질 축구는 이제 아메리카에서도 입지가 위태롭다.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브라질은 5일(한국시간) 약체 에콰도르와도 졸전 끝에 비겼다. 이전까지 역대 전적에서 24승4무2패로 크게 앞섰던 터라 충격은 배가됐다. 개인기를 앞세운 특유의 팀 컬러가 사라졌다. 브라질 축구가 몰락한 이유 중 하나다. 브라질 축구의 침체기를 가져온 장본인 중 한 명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질을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카를로스 둥가(53) 현 대표팀 감독이다.

'축구황제' 펠레(76)는 지난달 ESPNFC와 인터뷰에서 둥가 감독을 비판했다. "'징가(Gingaㆍ삼바 리듬)'가 사라졌다. 개인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 펠레는 둥가를 향해 "오히려 개인기를 죽이는 감독이다"고 일침했다. 선수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둥가 감독은 개인기에 의한 축구보단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선호한다. 개성이 뚜렷한 브라질 축구에 유럽형 축구를 이식한 것은 둥가 감독의 판단 미스다. 지금의 브라질 축구는 삼바축구도, '티키타카(짧은 패스 위주 점유율 축구)'도 아니다. 물론 둥가 감독만의 문제는 아니다.

브라질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과거 '작은 노랑(Amarelinhaㆍ브라질 홈 저지 애칭)'에 새겨진 등번호 9번, 10번, 11번은 상대 선수들로 하여금 공포의 대상이었다. 호나우두(40)와 같은 9번(현 조나스) 정통 스트라이커는 사라진 지 오래인 데다, 펠레, 코임브라 지코(63), 히바우두(44), 카카(34ㆍ올랜도시티) 등이 달았던 10번(에이스 번호)을 달만한 선수도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한 브라질 대표팀에는 없다. 네이마르(24ㆍ바르셀로나)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결정하면서 10번은 루카스 리마(26ㆍ산투스)에게 돌아갔는데 리마가 10번을 달기에는 여러모로 '함량미달'이다. 11번을 달고 있는 '신성' 가브리엘 바르보사(19ㆍ산투스)도 같은 배번을 달았던 특급 공격수 호마리우(50)의 계보를 잇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36), 호마리우 이후 브라질 등번호 9번, 10번, 11번의 주인은 딱히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브라질의 어린 선수들이 과거보다 유럽 축구에 대한 동경이 큰 것도 한 몫했다. 현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이 청소년 시절이었던 2000년대 중반 이후는 유럽 축구가 세계 '대세'였다. 브라질 전설급 공격수들이 은퇴하거나 말년에 접어든 때이기도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탈리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스페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독일) 우승국만 봐도 그렇다. 지금의 브라질 선수들은 자국 선배들보다 유럽 축구에 보다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국 리그에 머무는 기간도 줄어 들었다. 호마리우, 호나우두(이상 2년), 호나우지뉴(3년), 히바우두(4년) 세대와 달리 윌리안(28ㆍ첼시), 필리페 쿠티뉴(24ㆍ리버풀) 등은 브라질 리그에서 고작 1년 6개월 남짓 뛰었다. 유럽 진출의 길이 넓고 쉬워진 요즘이다.

브라질(1무)은 9일 코파 아메리카 B조 2차전에서 약체 아이티(1패)를 상대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격수 한 명 없는 브라질이 대승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에콰도르전에서 10번 선수(리마)가 후반 40분에 교체 투입되는 광경을 보고 매우 슬펐다"는 히바우두의 최근 발언은 상당히 공감이 간다. 브라질 축구가 하루빨리 일어서길 기대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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