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은 행복지수라는 개념을 만든 나라다. 즉 경제성장 위주의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에 반대해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낸 나라다. 부탄 정부의 자체 조사 결과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부탄은 첫 인상부터 달랐다. 공항은 깨끗하고 멋졌으며 공항 직원들의 선한 눈빛에선 가식을 읽을 수 없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상쾌하고 공기마저 행복한 느낌이다. 부탄은 진정 행복의 나라인 걸까.
부탄 국민의 약 80%는 라마교를 믿는다고 한다. 부탄 수도 팀푸에 있는 거대한 불탑인 국립 메모리얼 초르텐(National Memorial Chorten) 앞에 섰다. 부탄 왕추크 왕조의 3대 국왕인 지그메 도르지의 명으로 세워진 것으로 전통 티베트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팀푸 시민들이 각자 마다 염원을 기리며 초르텐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팀푸에 있는 108 불탑은 4대 왕인 지그메 싱그에가 인도 반군을 소탕한 승리를 기념하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 한다. 여행사 직원이 건네준 부탄 전통복 ‘고’를 입고 108 불탑 앞에 섰다. 내가 영락 없이 부탄 사람으로 보이는지 사람들이 자국어로 말을 걸어온다. 그러고 보니 인상이 우리와 많이 닮았다.
푸나카는 부탄의 옛 수도다. 수도가 이전되기 전 약 300년 간 부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 있는 푸나카 종(Punakha Dzong)을 찾았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부근에 서있는 거대한 성이다. 승려들이 거주하는 불교사원과 사법부가 함께 있는 장소이다. 푸나카 종 안에서 승려들이 의식을 끝내고 나오는 모습들이 매우 경건했다.
모든 국민들이 수도승과 같은 느낌이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순박함이 아닌 잘 교육받아 무엇이 옳고 그른 행동인지 알고 이를 그냥 묵묵히 행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개들 조차 좀처럼 짖지 않는다. 모두가 순하고 평안하다.
고요하고 또 고요한 나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시끄러운 일도 별다른 재미난 일도 없다. 그 고요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치유 받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고요함 속에 침잠된다. 내일 일도 다음 일정도 생각나지 않고 그냥 현재 이 상태에 머무르는 듯하다. 그 지루한듯한 고요 속에서 몸은 안정을 찾고 평화를 느낀다.
파로와 팀푸를 잇는 도로 중간의 다리 위에서 우연히 영국의 유명 배우인 틸다 스윈튼을 만났다. 평소 좋아했던 배우라 반가움이 컸다. 그는 흔쾌히 대화에 응해주었고 봉준호 감독과 행복에 관하여 잠시 이야길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떠나 행하고 있는 행복여행에 관해 설명을 했더니 그는 “매우 흥미롭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격려해줬다.
그는 한참을 다리 위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수양을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수도승의 모습 같았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이렇게 수도승이 되는가 보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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