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이정표에 도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이 캘리포니아, 뉴저지 등 4개 주에서 예상 밖 대승을 거둔 7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뉴저지 주 경선 승리 직후 뉴욕 주 브루클린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오늘의 승리는 누구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하고 이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여성과 남성들의 승리”라고 밝힌 뒤, 본선 승리를 다짐했다. 민주당 경선은 14일 워싱턴D.C. 프라이머리를 남겨두고 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이미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확보한 상태여서 실질적 의미는 없다.
클린턴 전 장관은 승리 선언과 동시에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껴안기에 나서는 한편, 본선에서 맞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는 직격탄을 날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를 거론하면서 “이는 ‘미국을 뒷걸음치게’(Let’s take America backwards)라는 의미”라며 “트럼프 주장은 불평등한 기회와 소수의 번영을 위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자질 면에서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공격한 뒤 “트럼프는 단순히 멕시코 국경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 벽을 세우려고 하는데, 이는 우리가 대변하는 모든 것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는 인디애나 주에서 태어난 저명한 판사가 멕시코 혈통이어서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트럼프가 진화에 나선 ‘인종차별적’ 발언에 거듭 문제 제기를 했다.
반면 패배를 승복하지 않는 샌더스 의원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했다. ‘기성 정치인’으로 치부하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고치지 않는 샌더스 의원 지지계층을 흡수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진보적 명분을 위해 투쟁해왔다"며 "특히 토론과정에서 소득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것이 민주당에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곧 클린턴 지지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밤 6개주의 경선 투표가 마감된 뒤 클린턴과 샌더스 진영 모두에 전화를 걸어 민주당의 화합을 다짐했다. 특히 샌더스 의원과의 통화에서는 9일 백악관 회동을 약속하는 등 샌더스 돌풍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치러진 6개 주 경선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최대 표밭인 캘리포니아(대의원 550명)를 포함해 뉴저지(142명), 뉴멕시코(43명), 사우스 다코타(25명) 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경선 완주의 명분을 쌓기 위해 샌더스 진영이 집중 공략했던 캘리포니아에서 60%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기록, 예상 밖 대승을 거뒀다. 샌더스 의원은 몬태나(27명), 노스 다코타(23명) 등 2개 주에서 승리했으나, 모두 합친 대의원 규모가 캘리포니아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해 빛이 바랬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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