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류로부터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도널드 트럼프가 7일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발언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철회하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이례적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긴 성명을 내고 “내 발언이 멕시코계에 대한 단정적인 공격으로 오해돼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했다. 또 “미국의 사법시스템은 공평하고 공정한 판사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고 모든 판사는 그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나는 누군가가 혈통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믿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학’ 민사 소송과 관련해 내가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 동안 트럼프 대학 사기 혐의 사건과 관련, 자신에게 불리한 내부서류 공개 결정과 대선 직후 법정 출석을 명령한 곤살레스 쿠리엘(62)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에 대해 그가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소송에 참여한 일부 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트럼프대학에 대해 훌륭하게 평가해 놓고도 소송에 참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송에 참여한 탈라 마캐프는 3일짜리 세미나에 참석한 후 만족도 조사에서 ‘훌륭하다’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5분짜리 동영상 증언을 통해서도 격찬한 사람”이라며 “그녀의 실상을 알고 소송 배제를 요청해 판사가 받아들여 놓고도 소송은 그대로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 판사 비판 발언의 여파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의 비판에 이어 마크 커크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아예 트럼프 지지를 철회했다. 커크 의원은 “트럼프의 최근 발언은 상원 선거 출마와 공화당에 대한 정치적 영향과 관계 없이 내가 우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줬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커크 의원의 지지철회가 위스콘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 지지세가 강하지 않은 ‘경합주’ 출마자들의 연쇄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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