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을 3차례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 메릴 스트립(66)이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로 변신했다. 스트립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밤 뉴욕 센트럴파크 야외무대에서 상연된 연례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에서 트럼프로 분장하고 무대에 깜짝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색 수트에 흰 드레스셔츠, 빨강 넥타이 차림으로 그의 축 처진 복부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불그스레한 트럼프의 얼굴색을 만들기 위해 오렌지색 메이크업을 했으며, 헤어스타일은 트럼프처럼 금발에 옆가르마로 정리했다. 저녁식사도 거른 채 분장실에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갈라공연에서 스트립은 또 다른 여배우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 등장하는 노래 ‘셰익스피어를 다시 공부해’(Brush Up Your Shakespeare)를 열창했다. 이 노래를 셰익스피어의 희곡 구절을 인용해 여성에게 구애를 한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스트립이 노래 중 허풍을 떠는 듯한 트럼프의 목소리를 흉내 냈으며, 유세 중의 트럼프가 자주 보여주는 두 팔을 허리에 얹거나 관객을 향해 벌리는 제스처도 보여줬다고 7일 보도했다. 공연 동영상과 사진을 SNS에 올린 관객들은 “아카데미상을 또 받아도 되겠다” “모든 역할을 소화해내는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를 보냈다.
‘맘마미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스트립은 2011년 영화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했고, 2015년 영화 ‘서프러제트’에서는 여성 참정권운동 지도자인 에멀린 팽크허스트로 등장하는 등 정치인 역도 여러 번 맡은 바 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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