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사망 전 암에 걸릴 확률은 37%다. 세 명 중 한 명은 죽기 전 암에 걸린다는 얘기다. 게다가 연간 암 발병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노상익(53)의 사진은 이런 비극적인 지표 위에서 탄생했다.
일우스페이스는 지난해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작가’ 출판 부문에 선정된 노상익 작가의 수상을 기념해 그 동안 선보인 작업을 총망라하는 ‘암의 연대기’ 전시를 열고 있다. 사진작가이기 전에 외과의사인 그는 2008년부터 암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발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 수없이 많은 암을 접했기에 작가는 오히려 연민이나 동정 혹은 공포 같은 감정을 배제한 시선으로 암을 담았다. 암을 매개로 만난 환자들을 극도의 슬픔에 빠지거나 처절하게 고통 받는 모습으로 그리기보다 그들의 일상과 치료 과정 중에 촬영한 엑스레이 필름, 병명과 증상 그리고 치료 과정이 빼곡히 적힌 차트 등으로 표현했다. 의학용어로 가득한 노트부터 중환자실의 간호 일지, 주사 바늘과 약 봉투 등 암 환자들에게 익숙할 일상용품들부터 수술실 내부의 모습과 수술 장면 등 그가 외과의사가 아니었다면 접근하지 못했을 풍경까지 충실히 기록했다.
서혜임 큐레이터는 “(노상익 작가는)환자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주고 다음 진료 때까지 일상을 기록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하고 환자들과 소통한 것들을 개인 블로그에 게시하기도 한다”며 병원 내부 구성원인 그가 사진으로, 글로 얼마나 치열하게 암을 기록해왔는지 설명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프랑소와 에벨 볼로냐 사진비엔날레 디렉터도 작품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며 의미 있는 사진을 텍스트와 섞어 새로운 사진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암을 담아내 오히려 공포감을 주는 그의 작품은 그러나 궁극적으로 암 극복이라는 희망을 지향한다. 말기 암 환자들의 표적 치료를 위해 단백질과 RNA에 대한 실험을 반복하지만 작가는 아직 단 한 번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는 실패한 실험 결과에서 성공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실패한 부분은 원하는 대로 조작해 만든 작품 ‘실패했을 때 대처법’을 전시 말미에 배치했다. “일반 사람들이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보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관람객이 받아들이는 것 간의 온도 차가 있을 것”이라는 큐레이터는 “그렇지만 ‘암은 언젠가 극복될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수술 장면 등이 불편할 수 있어 13세부터 관람 가능하며 7월 6일까지 열린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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