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점 로비에 발목 잡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 빚고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 예상도
신동주 “필요한 책임 추궁”엄포
그룹 “시간 지나면 무난히 상장”
금융위에 “공모 재착수” 정정 신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됐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본격적인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서려 했던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호텔롯데는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고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재착수한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앞서 8.86~26.33%로 책정됐던 공모가 할인율을 주주친화 정책에 따라 14.5~33.93%로 확대했다”며 “상장이 다소 늦어지긴 했지만 다음 달 중에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할 4조677억~5조2,641억원의 자금으로 국내ㆍ외 면세점 사업 확대 및 호텔사업 확장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호텔롯데 상장 지연은 최근 불거진 호텔롯데 면세점 입점 과정의 비리 의혹 때문이다. 현재 구속 수감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내 입점 대가로 15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검찰 조사가 임박한 상태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 미칠 여파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기업이다. 당장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가 점쳐진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의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검찰이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호텔롯데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며 “광윤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회사에 해당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로서 본 건 의혹과 관련,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이 이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호텔롯데의 경영 문제를 부각시키겠다는 점을 사실상 예고한 셈이다. 호텔롯데 최대 지분(19.07%)을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28.14%)는 광윤사로, 신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돼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향후 의혹 내용과 전개에 따라 (신동빈 회장 중심의)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에게 필요한 책임도 추궁하겠다”고 덧붙였다. 호텔롯데 상장 차질이 결국 신 전 부회장에게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빌미까지 제공한 꼴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경영권 분쟁 촉발 직후인 지난해 8월 신 회장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내 세운 최우선 과제다. 신 회장이 지난 달 30일 국내 대기업 오너로는 드물게 호텔롯데 IPO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투자자 설득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이미 기울어진 대세가 바뀔 순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 상장은 사업성이나 경쟁력과는 무관한 외부 요인에 의한 변수로 연기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난히 성공할 것”이라며 “이미 이사회를 장악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도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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