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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터 걷고 보자는 발상부터 사업 실패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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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터 걷고 보자는 발상부터 사업 실패 예고”

입력
2016.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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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희망펀드 출시 초기인 지난해 9월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국회 농협에서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하며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 ‘청년희망펀드’평가

작년 9월 대통령 한마디에 시작… 해외보다 국내 일자리 창출 힘써야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사회적 펀드’라는 명분을 앞세워 출범한 ‘청년희망펀드’호가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당초의 주먹구구 식 접근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우선 별다른 계획 없이 돈부터 덜컥 걷고 보자는 발상 자체가 이미 실패를 예고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자발적 기부에 의존한다지만 실제로는 강제 모금이 될 수밖에 없었던 데다, 당초 컨트롤타워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만큼 옥상옥 형태의 사업 중복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운용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이 약한 공익펀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며 “시장이 할 일에 정부가 뛰어들면 용두사미 되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고용보험기금처럼 실업 문제 해결에 쓸 재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한마디에 시작한 사업이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졸속으로 사업을 짜내다 보니 성과를 내기 힘들었고 예산만 축낸 생색 내기용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해외법인이 있는 국내 회사에 최장 18개월 동안 체재비와 월급을 포함해 80%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의 펀드 핵심사업이 대표적이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실효성 없는 기존 고용노동부 해외 취업 알선 사업 몇 개를 떠넘겨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짧은 인턴기간, 정규직 채용여부의 불확실함 등 청년들이 해외 취업을 모색할 때 느끼는 불안을 없애줘야 하는데 펀드 사업엔 채용과 연계하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년청년희망펀드의 주요사업인 해외 구직 지원보다 국내 일자리 창출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동근 교수는 “일자리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경우 구직 기간만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실업은 정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되레 하청이나 아웃소싱을 늘리는 식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대기업 사내하청직 40만개만 직접 고용으로 바꿔줘도 괜찮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다”고 제언했다. 기왕 모금한 돈을 엉뚱한 사업에 투자해 낭비하느니 차라리 청년들에게 나눠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신은종 교수는 “막대한 펀드 기금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것은 정부에 큰 부담일 것”이라며 “청년 토론회 등을 열어 당사자 의사를 반영하거나 기본소득처럼 청년수당으로 배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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