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양반 관료들의 연회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무대는 오는 12일 오전 충북 청주시 망선루(충북도유형문화재 11호)에서 열리는 ‘이원기로연(梨園耆老宴)’재현 행사다.
기로연은 조선시대 나라에서 고령의 전·현직 관료들을 위로하기 위해 베푼 잔치다. 이번에 재현하는 잔치는 1730년(영조 6년)4월 13일 서울 도성의 장악원(궁중의 음악·무용에 관한 일을 맡은 관청)에서 열린 연회장면을 기록한 ‘이원기로회도’를 기초로 마련했다.
이원기로회도는 당시 연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이원기로회계첩’의 맨 앞면에 실린 그림. 도화원 화가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차려입은 21명의 노인들이 누정에 원형으로 둘러앉아 주연을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누정의 한쪽에서는 처용무가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생들이 포구락(나무판에 구멍을 뚫어 공을 던져넣는 춤놀이)을 시연하고 있다. 청색 도포에 갓을 쓴 악공들은 대청 아래에서 해금 대금 장구 연주에 여념이 없고, 누정 아래의 대문과 버드나무 사이에는 연회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기록화나 다름없는 이 그림의 내용이 이번 행사에서 그대로 재연될 예정이다. ‘1730년 그 기록을 만나다’란 주제의 행사는 전주이씨 수도군파 정보공종회(회장 이종선)와 문화유산활용연구원이 공동으로 연다.
전주이씨 수도군파 정보공종회는 당시 기로연에 참석했던 이상엄(정종의 일곱째 왕자인 수도군의 10세손)공이 물려준 이원기로회도를 종중에서 보관해오다 지난 2010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종선 종회장은 “18세기 전반기 기록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이원기로회도가 국가의 중요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철저한 고증을 위해 음식·무용·의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재청은 이원기로회도 속의 음악ㆍ춤ㆍ도자기 등의 학술적·문화재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에 흔쾌히 동참했다. 잔칫상 차림을 위해서는 조선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38호)씨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처용무 공연에는 기능보유자인 김 용(중요무형문화재 39호)씨와 이수자인 김용목씨가 직접 참여키로 했다. 포구락은 유연희 무용단이 선보인다. 가악연주, 삼현육각, 시조낭송 등의 시연에도 각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김정희 문화유산활용연구원장은 “음식, 무용, 음악 등 모든 것을 당시와 똑같이 재현해냈다”며 “300년 전 공간에서 펼쳐진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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