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세종시의회에 제출했다가 무더기로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조례 제정 절차를 무시한 채 산하기관 출연 예산을 포함시키는 등 막무가내로 편성한 추경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7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시가 제출한 올해 첫 추경예산안(3,117억원)을 심의해 본회의에서 총 45억9,100만원을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에는 시가 역점 추진하는 주요 현안 사업비가 다수 포함됐다.
대전세종연구원(15억원)과 세종시문화재단(5억원) 등 2개 산하 기관의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산하기관 출연금의 근거가 될 조례 제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예산안을 제출해 삭감했다는 게 시의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7월과 10월로 계획한 대전세종연구원과 세종시문화재단 출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는 연구원의 경우 출연금 집행을 다소 늦게 하되 개원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 대전시와 추진 방안을 조율키로 했다. 하지만 문화재단의 경우 출범 직후부터 추진하려던 각종 사업들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화카드 지원 사업비(2억6,000만원)도 조례를 마련하지 않고, 제출했다가 마찬가지로 전액 깎였다. 청소년은 물론, 초등생 등 대상을 넓혀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삭감 이유였다.
읍ㆍ면ㆍ동 업무용 전기자동차(5대) 구입 예산(2억7,475만원)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의회는 국비 지원이 정해지지 않았고, 의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전기차를 구입하겠다는 것은 집행부의 일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행정이라고 질타했다. 전기차의 운행거리 등 효율성을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인 만큼 종전에 계획한 6대만 일단 운행하며 추가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판단도 삭감 배경이 됐다.
시가 역점 추진하는 로컬푸드 사업 예산도 모두 깎였다. 시의회는 농산물 저온저장고(5,250만원)의 경우 기존의 시설을 활용토록 하고, 연서면 싱싱밥상 개장(1억원)은 신도심 도담동에도 신설 계획이 있는 만큼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직원통근버스 운영 등 각종 공무원 복지사업과 해외투자유치설명회, 전의면 문화센터 관리, 원예농가 영농자재지원 등 사업비도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됐다.
출범 4년 동안 시의회에서 추경안을 대규모로 삭감하기는 처음이다.
주요 현안 사업 예산이 줄줄이 깎이자 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절차적으로 미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정을 위해 고민한 끝에 추경안을 편성했는데 예상보다 많이 삭감돼 어려움이 많다”며 “시의회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현명하게 시정의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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