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측시장에서 역전극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찬성이 반대 답변보다 4~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 파운드화가 즉각 하락하는 등 세계 경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여론조사업체 ICM의 최근(3~5일ㆍ1,741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브렉시트 찬성이 48%로 반대(43%) 의견을 5%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조사에서 찬성 47%, 반대 44%의 답변이 나온 것보다 격차가 한층 벌어진 모양새다. 참여자 수가 두 배 이상인 유고브 온라인 조사(1~3일ㆍ3,495명 대상)에서도 한 달 전 조사보다 큰 4%포인트 격차로 탈퇴에 찬성하는 응답이 반대를 앞질러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최신 여론조사 8개 중 5개 조사에서 EU 탈퇴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개 결과에서만 잔류 의견이 앞섰고 나머지 한 개 조사에서는 양측이 비등했다.
물론 경향성이 다른 조사나 보도도 없지 않다. 블룸버그는 과거 정확도가 높았던 여론조사업체들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자체 집계한 결과라며 3일 현재 브렉시트 반대를 47.1%, 찬성을 43.8%로 보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9~17%로 파악되는 부동층의 최종 표심이 국민투표 결과를 가를 것이라며 확정적인 예측을 미루고 있지만, 다수 조사에서 영국 여론의 탈EU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은 시시각각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은 EU 분열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ICM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1.4441달러에 거래되던 파운드화는 6일 현재 전날 대비 0.9%가량 하락해 파운드당 1.4371달러로 떨어졌다. 장중 한때 하락폭이 1.1%에 달해 지난달 16일 이래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우려가 한층 높아졌던 올해 2월 파운드당 1.3836달러까지 내려간 바 있다. 비라이 파텔 ING그룹 외환전략가는 23일 국민투표 이전에 파운드화가 1.40달러 아래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영국 최대 동맹인 미국에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더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6일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WAC) 주최 강연에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해 논하면서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브렉시트를 꼽았다. 옐런 의장은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다면 상당한 경제적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브렉시트 투표가 “투자 심리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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