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올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2270호 채택 이후 북한 노동인력 수입을 중단했다. 북한 일반노동자들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을 공식 확인한 것은 폴란드가 처음인데다 폴란드는 북한 인력수출의 대표적 수입원으로 알려진 곳이어서 김정은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폴란드 외교부는 6일 “북한의 올 초 핵ㆍ미사일 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입국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폴란드가 작년 북한 노동자에 발급한 비자는 156건에 불과하며 지난해 말 현재 취업허가증 발급 건수는 48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VOA는 이어 폴란드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으며 크리스트ㆍ나우타 등 폴란드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 1월 북한 핵실험 직후에도 성명을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삼가고 즉각 건설적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폴란드가 대북제재에 발벗고 나선 것은 김정은 정권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 지역이 유럽에서 대표적인 북한의 외화벌이 작업장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온라인매체 바이스는 폴란드국립노동조사국(PIP) 내부문건을 인용해 북한군 고위인사가 폴란드 현지에서 회사를 운영하며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막대한 외화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은을 위한 현금, 북한인들은 어떻게 유럽에서 죽을 만큼 일하나’라는 기사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폴란드에서 한해 벌어들이는 돈이 최대 19억 달러(2조2,658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폴란드에 북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회사 중엔 유엔 제재대상인 고려능라도총무역회사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11~12시간씩 일하며 유럽노동자들에 비해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지만 노동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돈은 한달 80~110달러(9만~1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 친북 성향의 동남아국가에 이어 동유럽 국가까지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은 기존 자금공급 방식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 재무부가 지난 1일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의 북한 지정에 따른 제재가 실행되면 해외노동자들의 본국송금도 상당부분 막힐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북한은 미국이 처한 가장 심각한 핵확산 위협국가이며 우리는 일부 국가들이 북한과의 협력을 끊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40∼50여 개국에 5만여명 이상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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