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운동가이자 저항적 포크의 거장 고(故) 피트 시거는 1963년 쿠바의 비공식 애국가로 추앙되는 ‘관타나메라(Guantanamera)’를 앨범 <We Shall Overcome>에 수록했다. 함께 수록된 ‘We Shall Overcome’은 전 세계의 집회현장에서 불리는 명곡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애창됐다. 시거는 관타나메라를 미국과 쿠바 간 반전평화운동에 쓰일 수 있도록 애를 썼다. 6ㆍ25 참전용사로 ‘아리랑’에도 관심을 쏟았던 시거는 전 세계 민요를 현대적 포크로 편곡ㆍ노래하면서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 1929년께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타나메라는 쿠바 시인이자 독립영웅으로, 김구 선생이나 윤동주 시인에 비견되는 호세 마르티의 시가 가사다. 관타나메라가 세계적 히트곡으로 유행한 것은 부드러운 음색의 보컬그룹 샌드파이퍼스가 노래를 부른 1966년부터다. 이후 조앤 바에즈, 호세 펠리치아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이 즐겨 불렀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 이후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45개의 골든 플래티넘 앨범을 가진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로 유행했다.
▦ 관타나메라는 ‘관타나모(Guantanamo)의 여인’이라는 뜻이다. 관타나모는 쿠바 역사에서 의미가 큰 지역으로, 스페인과 미국 등 열강 간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관타나모만(灣)은 1903년 이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해군기지가 되어있다. 면적은 160km2 로 철조망과 선인장으로 둘러싸인 27km의 경계선을 두고 미국과 쿠바가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를 이곳에 수용해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됐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수용소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 “나는 종려나무가 자라는 곳에서 온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이 땅의 가난한 사람과 시를 뿌리고 싶습니다.” 평화롭고 낙천적인 가사, 음률과는 달리 이 노래에는 열강과 불평등 조약으로 영토를 빼앗긴 쿠바 국민의 설움이 담겨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최근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관타나메라’를 언급하면서 환심을 샀다. 아리랑처럼 민족의 한과 설움이 담긴 이 노래가 양국 우호에 좋은 매개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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