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두 거물 정치인의 행보를 놓고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개국공신이나 다름없는 인물로 올 1월 불법정치자금 수수문제로 사임했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재생장관이 첫 장본인이다. 4개월간 국회의 추궁을 피해다니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나오자 슬그머니 정치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다 호화출장비 지출 등으로 퇴진압력에 몰려온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東京都)지사는 검사출신 변호인단을 구성해 자체 조사를 거친 뒤 “일부 부적절했지만 위법성은 없다. 분골쇄신해 도정운영에 전념하겠다”고 못 박았다.
아마리 중의원은 6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깊이 사죄드린다”며 주치의와 상의를 거쳐 정치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알선수재 의혹으로 각료직을 사임한 지난 1월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정기국회 회기 동안 ‘수면장애’에 따른 요양을 이유로 국회로부터 사실상 달아나 있었다. 그사이 아마리 의원은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아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민진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가 즉각 나서 “납득할 수 없다. 아베 총리도 아마리 의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쟁점화하기 시작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간사장은 “국회가 폐회되자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것은 후안무치의 소행이다”라고 비판했고, 의사자격을 가진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서기국장은 “어이가 없다. 때마침 수면장애가 치유되는 환자를 본 적이 없다”고 조소했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마리 의원은 정권에 극히 중요한 정치인이다”라며 “하루빨리 일선에서 활약해달라”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마스조에 도쿄지사는 6일 도쿄지검 특수부 출신 사사키 젠조(佐佐木善三)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체 조사단 결과를 발표하며 “의혹이 있지만 모두 위법성은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19건의 고액숙박비 중 6건, 합계 80만엔(약 865만원)은 업무상 출장이라기보다 가족여행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2년전과 3년전 가족과 지바(千葉)현 호텔에 머물었지만, 회의를 하는 등 공무를 처리했던 만큼 공적 출장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가족여행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술품 구매도 “그 수와 합계가 너무 많아 취미와 관련됐다는 인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정치자금법에는 지출규정이 없어 부적절한 지출이라도 위법은 아니다. 마스조에 지사는 “심려를 끼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하면서도 “공사구별을 명확히 해 신뢰를 되돌리도록 도정 운영에 매진하겠다”고 사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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