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영 중인 전 서울시의회 의장
지하철 입점 로비 의혹 부인
‘면세점 뒷돈’ 롯데 신영자 수사
임원들 소환 거부 숨바꼭질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의 조직적 증거 인멸, 출석 조사 거부, 혐의 부인 등에 가로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7일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지하철 역사 입점 로비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모(57ㆍ수감 중)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4일 김모 전 서울메트로 사장은 “당시 김 의장으로부터 압력에 가까운 청탁을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김 전 사장에게 (입점을) 부탁한 것은 서울시 정책에 부합했기 때문”이라며 정 대표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장은 출판기념회를 빙자해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정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청탁과 함께 15억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과 관련한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의 수사는 조직적인 버티기에 부딪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 이사장의 아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나 사실상 신 이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B사는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하기 전 컴퓨터 하드를 포맷하는 등 관련 자료를 대량 폐기한 데 이어 사장 등 주요 책임자들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연휴 때 소환한 이들 대부분 조사를 거부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관계사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소 저항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조직적으로 자료를 폐기하고 임원들이 숨바꼭질을 하는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검찰 수사에 그나마 협조적이었던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도 횡령 혐의로 재구속된 후 태도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 브로커 이민희(56ㆍ구속)씨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고 홍만표(57ㆍ구속) 변호사 역시 정 대표의 지하철 입점 로비와 관련해 김 전 사장을 만난 사실 정도만 인정할 뿐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수사와 관련이 있는 일부 검사와 수사관들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다기보다는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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