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에도 건재했던 수입 디젤차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연이어 터진 배출가스 조작으로 신뢰에 치명타를 입은데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수입 디젤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등록 수입차는 지난해 5월(1만8,386대)보다 5.9% 증가한 1만9,470대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4월(1만7,845대)보다도 9.1% 증가한 실적이다.
그러나 디젤 엔진이 탑재된 신규 등록 수입차 비중은 62.9%(1만2,238대)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입 디젤차 비중은 지난 3월 69.0%까지 치솟았지만 4월에는 63.5%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이보다 0.6%포인트 더 줄었다. 1~5월 수입 디젤차 누적 등록 대수도 6만1,991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2% 하락했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1∼5월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25.7%, 17.4% 감소한 영향이 크다. 수입차 톱10 중 올해 누적 판매량이 10% 이상 줄어든 업체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뿐이다. 이로 인해 독일차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68.6%에서 올해 64.9%로 3.7%포인트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6년 전체 수입차(4만530대) 중 디젤차는 4,338대(10.7%)에 불과했다. 2010년에도 디젤차 비중은 25.4%에 그쳤을 정도로 수입차는 사실상 가솔린차였다. 그러나 갑자기 독일산 디젤차들이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며 2012년 처음 50%를 돌파했다. 심지어 배출가스 파문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24만3,900대 중 16만7,925대가 디젤차였다. 연간 디젤차 비중도 역대 최대인 68.8%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가 최고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4, 5월 판매 추세와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등을 감안하면 올해 수입 디젤차 비중은 2013년(62.1%)이나 그 이전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 구매 패턴이 금방 변하지는 않겠지만 수입차 업체들도 가솔린과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어 수입 디젤차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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