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희 SK 감독. /사진=임민환 기자
"작년에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 동안 보여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려주면 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김용희(61) SK 감독이 올해 초 시무식에서 꺼낸 얘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우승 후보라는 평가 속에 부임 첫 시즌을 시작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5위)을 냈다. 때문에 스스로 2015년을 '실패'라고 평가하면서 "올해는 과감히 젊은 선수로 갈 수 있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SK는 여전히 예년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4월 한 달간 16승9패로 잠깐 잘 나가다 5월 9승15패 그리고 이달 들어 5할 승률마저 붕괴됐다. 6일 현재 팀 성적은 26승28패. 지난 3~5일 주말 두산과 3연전에서 선발 원투펀치 김광현(28)과 메릴 켈리(28)를 내면서까지 싹쓸이 패배를 당한 충격이 컸다. 지난해 SK는 5월까지 25승1무23패로 잘 버티다 6월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2014시즌에는 4월까지 14승11패를 기록한 후 5월 9승15패, 6월 7승14패로 추락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공언대로 '젊은 피' 수혈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선수를 믿고 가는 운용을 답습하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는 최정(29), 정의윤(30), 박정권(35), 김성현(29), 이재원(28)까지 5명으로 모두 지난 시즌 주축으로 활약했던 이들이다.
이 중 최정과 정의윤이 제 몫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세 명은 주춤해도 붙박이다. 김성현은 타율 0.344로 잘 치고 있지만 최다 실책(11개) 보유자로 늘 불안한 수비가 걱정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충격 요법' 없이 안고 간다. 박정권은 0.234의 낮은 타율에도 중심 타선에, 주전 포수 이재원은 백업 포수가 없다는 이유로 선발 라인업을 지킨다.
또 1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는 박재상(34), 이명기(29), 헥터 고메즈(28), 조동화(35), 최정민(27) 5명이다. 김 감독이 강조했던 새 얼굴은 최정민뿐이다. 그러나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최정민마저 고메즈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지난달 중순까지 꾸준히 선발 출전하며 시즌 타율을 0.373까지 찍었던 그는 고메즈 복귀 후 급격히 기회가 줄어들더니 최근 10경기 타율은 0.188에 그치고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4명도 감독의 굳건한 믿음에 보답한 것이 아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선수 운용이 계속되자 구단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팀이 안 좋을 때 1, 2군 엔트리 변동으로 파격적인 라인업을 꾸릴 법도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다. 현재 1군에 있는 이진석(27타석), 김재현(18타석), 최정용(8타석)은 제한된 기회를 받고 있고, 향후 SK를 이끌 기대주로 꼽히는 유서준(3타석), 김동엽(2타석), 임석진(5타석) 등은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지금 같은 엔트리 운영이라면 팀 성적도, 미래도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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