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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배는 구상낭, 우리 배는 숙대낭"…제주 '테우' 거듭나다

입력
2016.06.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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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의 제철 음식은 자리돔 요리다. 주로 물회와 강회, 구이로도 먹고 이 시기에 자리돔으로 만든 자리젓갈은 일 년 내내 먹는다. 모슬포 일대와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잡힌 자리돔이 특히 유명하다. 자리돔을 제주에서는 모두들 그냥 ‘자리’라 부른다. 당연히 자리돔 물회도 자리물회다.

쇠소깍 테우 체험 프로그램
쇠소깍 테우 체험 프로그램
테우를 이용한 물고기 잡이 모습. 요즘은 관광 상품으로만 이용한다.
테우를 이용한 물고기 잡이 모습. 요즘은 관광 상품으로만 이용한다.
테우를 이용한 용연선상음악회 장면
테우를 이용한 용연선상음악회 장면

자리돔은 10~18cm 가량의 달걀 모양 물고기인데 등 쪽은 회갈색을 띠고 배 쪽은 푸른빛이 나는 은색이다. 6∼7월이 산란기로 알이 가득 찬 요즘 잡히는 자리가 특히 맛이 있다. 예전에는 제주도 인근에서만 잡혀 제주도의 특산품으로 알려졌으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동해안에서도 잡힌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자리돔을 잡을 때는 그물을 뜰채처럼 이용해 잡는다. 지금은 어선을 이용하지만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통나무로 만든 원시 형태의 배 위에서 둥글게 만든 그물로 자리를 걷어 올렸다. 이 고기잡이 뗏목이 바로 ‘자리테우’다.

테우는 제주 인근 바다에서 자리돔을 잡거나 낚시질, 해초 채취 등에 사용했던 통나무 배를 이르는 말이다. 여러 개의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뗏목 배라는 의미로 ‘떼배’, ‘터위’, ‘테위’, ‘테’ 등으로도 불리는데,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이용하던 연안용 어선이었다. 보통 7~11개의 통나무를 나란히 엮은 후 돛대 구멍을 설치한 형태로, 해산물을 실을 때 물에 잡기는 부분을 감안해 2층 구조로 만들었다.

테우는 예로부터 한라산에서 자라는 구상나무로 만들었다. 목질이 단단해 잘 썩지 않으면서도 물에 잘 뜨기 때문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해발 1,200m 이상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바닷가까지 옮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도 테우의 재료로는 최고였던 모양이다. 특히 송진이 많기 때문인데 자리 석 섬을 실어도 거뜬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구상나무 벌목을 금지하자 방풍림으로 심었던 숙대낭(삼나무)로 대체하기도 했다. 제주 민요 중에 ‘너희 배는 구상낭(구상나무) 배요, 우리 배는 숙대낭(삼나무) 배’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구절도 있다.

‘살아 천년 죽어 백 년’이라는 구상나무 테우는 겨울에는 해체해 잘 보관해 두었다가 어로기가 다가오면 재조립해 사용했다. 요즘 지구온난화와 제주조릿대의 급격한 번식으로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멸종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오늘날은 테우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지역 축제와 관광지에서 뱃놀이 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는 테우를 이용한 물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귀포시 보목동에서도 자리돔축제 기간에 테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시 용연에서는 테우 위에서 유흥을 즐기는 옛 선비들의 모습을 재현한 용연선상음악회가 열리고, 서귀포시 효돈동 쇠소깍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테우 체험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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