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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가씨' 김태리 "왜 저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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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가씨' 김태리 "왜 저였을까요?"

입력
2016.06.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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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영화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배우 김태리를 만났다.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조곤조곤 생각을 꺼냈다. 모든 질문에 신중하고 차분하게 답하면서도 자신감이 흘렀다. 신인답지 않은 솔직함과 당돌함도 겸비했다. 김태리는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 속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수백 번 다짐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너무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못해도 된다는 심정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요새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불면증이라기보다 반응이 궁금해서 검색하느라 못자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다녀온 이후 반응이 더 많아졌다. 영화를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셨으면 한다."

-인터뷰하는 모습이 꽤나 능숙해졌다.

"지난 5월 2일 제작보고회 때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그 이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칸영화제에 다녀오고, 언론시사회 인터뷰도 했으니 지금은 비교적 편한 마음이다."

-오디션 때는 안 떨었나.

"주변 이야기 들어보니 1차 오디션 때에는 박찬욱 감독님, 배우님들 모두 모여 크게 진행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막바지 오디션이라 조촐했다. 그냥 이전에 봐왔던 오디션과 비슷했다. 준비해올 것은 없다고 하셔서 대본 받아서 현장에서 연기했다."

-캐스팅 소식에 기뻤겠다.

"오디션 끝나고 몇 번 더 감독님을 만났다. 당시 각색하던 중이셨는데 시나리오 바뀐 것들 위주로 읽어보고 이야기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세 네 번쯤 더 만나고서 박 감독님께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었다. 캐스팅도 좋았지만, 내가 말한 것들이 다음 시나리오에 수정돼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았다."

-같이 작업한 선배들이 야무지게 현장에서 잘 했다고 칭찬하더라.

"성격이 소심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두려움도 크다. 계속 속으로 주눅 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주눅 들었을 때 내 모습을 아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현장에선 다행히 티가 안 났던 것 같다."

-누가 그렇게 힘을 실어 줬나.

"하정우, 조진웅 선배님 덕분이다. 뒤에서 이렇게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선배님들이 윙크를 한 번씩 해주신다. 정말 무언의 위로가 되고 마음의 위안이 됐다. 김민희 언니랑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했고, 김해숙 선배님은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동했다."

-베드신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청심환이나 술은 필요 없었다. 그냥 편집을 거치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한 마음이었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보다 그냥 이야기 흐름으로 이해했다. 현장이 너무 좋았던 게 말만 하면 정말 다 준비해주신다. 이미 배우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챙겨주시니까 감사했다. 준비 과정에서의 부담을 덜었다."

-가족들도 영화를 봤을 텐데 걱정은 없었나.

"VIP 시사 때 친할머니, 외할머니까지 모셨다. 두 분 다 잘 보고 돌아가셨다. '고생했다. 너무 잘 봤다' 이정도 말씀해주셨다. 그냥 손녀 보는 재미로 잘 봐주신 것 같다."

-촬영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뭐였나.

"왜 나였을까? 내가 정말 잘 해서 OK사인이 난 걸까?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셔서 OK를 하신건 아닐까? 궁금증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여쭤보지 않았다."

-왜 안 물어봤는지.

"김해숙 선배님이 '건방진 생각이다. 무조건 감독님 말 믿어라. 잘 나왔으니 OK가 난거다'고 옆에서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냥 '처음인 것도 아시고, 나를 선택하신 것도 감독님이니까'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감독님을 무조건 믿었다."

-박 감독이 무서웠나.

"나는 칭찬을 많이 못 받았다. 그것 때문에 조금 힘들기도 했다. 촬영 다 끝나고 다시 만나뵀을 때 '아 감독님이 나를 애정하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비속어를 쓰시는데 갑자기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따님이 내 또래라서 그런지 유행어도 많이 아시고 센스 있게 잘 사용하신다."

-생애 첫 레드카펫이 칸영화제였다.

"정말 떨렸다. 다른 배우들 자세보고 연습했다.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옷 주시면 옷입어보고 어울리는 포즈를 수없이 취했다. 그 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포즈를 골라 칸영화제 내내 했다. 뭐든 사전에 연습을 해가야 한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안 되는 게 있었나.

"당연하다. 촬영 끝내고 혼자 많이 울었다. 답답하더라. 짜증도 나고. 내가 너무 못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또 외로운 기분도 들었다. 그때마다 눈물을 삼켰다."

-앞으로 '아가씨' 이상의 촬영환경은 만나기 어려울 텐데.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그냥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잘 적응해야지 하는 마음이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김태리의 다음 행보는 뭐냐.

"나도 모르겠다. 아직 차기작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 좋은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가씨'가 큰 작품이고 또 주연이었다고 해서 내가 큰 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작은 계단 하나 올랐을 뿐이다. 앞으로 한 칸 한 칸 올라가고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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