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모든 분야를 아우른 백화점이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미세먼지 자원화 방안으로, 미세먼지를 재활용해 벽돌이나 시멘트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획기적이면서 역발상인 문제 (해결책) 도출’이라는 의미부여도 잊지 않았다. 범 정부 차원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세먼지 성분의 절반 이상은 화력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염과, 경유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질산염 등 유해물질이다. 이런 미세먼지로 벽돌을 만들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내부에서도 “잘 모르겠다”는 헛웃음이 나오는 실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당장 벽돌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 시기나 기술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미지수라는 얘기다.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는 정말로 미세먼지 벽돌이 등장했다. ‘브라더 너트’라고 불리는 행위 예술가가 베이징의 대기오염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00일 동안 천안문 광장 등 시내 곳곳에서 공업용 청소기로 먼지를 모아 뭉쳐 벽돌로 만든 것이었다. 이 행위 예술가는 상징적인 작품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베이징에 사는 사람 모두가 배 속에 벽돌 하나씩을 갖고 사는 셈”이라며 공감했다. 한국 정부가 만들겠다는 미세먼지 벽돌은 베이징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할 따름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본래 지난달 발표 예정이었으나 경유값 인상 등을 놓고 부처 간 마찰이 빚어지면서 여름이 다 된 6월에야 늑장 발표됐다. 국민들은 시간이 더 걸린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리라 기대했겠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는 언론의 지적에 정부는 ‘미세먼지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신산업 육성책을 포함했다’며 스스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마저 창조경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국민들은 당장 나와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걱정이다. 국내 발생 오염원에 대한 통계조차 제 각각이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만무한 상황이다. 한정된 정부 예산의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미세먼지 벽돌 연구보다 바로 이런 기초 연구가 시급하지 않을까.
장재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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