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법정시한 넘길 듯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
마라톤 협상에도 결론 못내
與ㆍ더민주 “의장 양보 못해” 맞서
상임위원장 협상은 아예 못해
“협치 약속하더니 밥그릇 싸움만”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 하루 전날인 6일 어렵게 성사된 여야 3당의 회동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나면서 20대 국회 역시 원 구성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1994년 국회법 개정으로 원 구성 시점을 명문화했지만 이후 22년간 한 차례도 원 구성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3당 체제의 새 국회도 ‘협치’는커녕 ‘무치’ (無恥)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국회의장직을 둘러싼 1, 2당의 양보 없는 대치가 꼽히고 있다. 협상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국회의장직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직과 더불어 청와대를 향한 야권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운영위원장도 내줄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국회의장직을 어느 당이 가져갈지 합의가 안 됐다”며 “그 부분이 풀리지 않아 다른 상임위 협상은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본격 협상 전 3당 원내수석들은 여의도 국회 앞 일식당에서 만나 비공개로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탐색전’을 가져 한때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협상장에 들어선 박완주 원내수석은 오찬 분위기를 ‘사흘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에 비유하며 “밥맛이 좋았다. 내일 (국회법대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협상 전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선 “자유투표로 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다고 한 말이 3당 합의 없이 두 야당에 의한 일방적 원 구성으로 오해를 일으켰다면 유감”이라며 여당을 ‘예우’했다. 이에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도 협상 모두발언에서 “(야당을) 다시 한 번 믿어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간식으로 컵라면을 먹어가며 진행한 1차 협상이 끝난 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은 “각 당이 자신들의 패를 모두 냈다”며 “러프하게(대략적인) 합의는 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행 국회법에는 총선 뒤 처음 열리는 임시회를 ‘임기 시작 후 7일(휴일 제외)’로 규정하고 이날 국회의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상임위원장 선거는 그 뒤 3일 이내에 실시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 때도 문은 열렸는데 회의는 안 하는 ‘직무유기 국회’가 33일이나 이어졌다. 특히 18대 국회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최장인 88일간 원 구성이 지연됐다.
여야는 20대 국회의 첫 임시회를 원 구성 법정 시한과 같은 날인 7일 소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상 타결 실패로 국회의장단, 상임위원장, 상임위원도 없는 ‘유령 국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 달 전 여야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는데도 원 구성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결과”라며 “4년마다 밥그릇 싸움하다 직무를 저버리는 ‘무치 국회’ 행태를 또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협상이 파행될 경우엔 법정 시한 내에 본회의를 열어 투표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장 역시 교섭단체 의석 수에 따라 배분하도록 국회법 하에 규칙으로 못박는 등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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